그러나 그걸로 그만이었다. 아내는 생각보다 철부지였고, 회사일 또한 녹록하지 않았다. 회사일이 힘들다 보니 그는 가정일은 아내한테 다 맡겨 두었다. 그래봐야 소꿉장난 같은 살림하고, 시부모님들께 생활비 챙겨 보내드리고 얼굴 잊어버리겠단 말씀 나오기 전에 한 달에 한두 번 찾아뵈면 되는 일이었다.
결혼할 때 그는 아내한테 부모님과 함께 살진 않겠지만, 생활은 자신이 책임져 드려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었다. 그때는 아무말 없던 아내였다. 그런데 결혼하자마자 장남 놔두고 우리가 나설 이유가 없다고 버티기 시작했다. 게다가 그 살림솜씨라니, 된장찌개 하나를 제대로 못 끓였다. 하루가 멀다하고 큰 소리가 오가던 어느날 그가 마침내 손찌검을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아내는 기다렸다는 듯이 친정으로 가버렸고, 이혼하자고 나왔다.
이제 그 아내의 말을 들어보자. 결혼할 무렵, 남편은 꽤 경제력이 있는 걸로 보였다. 부모님께 생활비를 얼마쯤 보내드려야 한다고 했지만 용돈보다 조금 많은 정도려니 했다. 아무튼 결혼하고 나자, 생각보다 남편은 가진 게 없었다. 취직이 워낙 늦었던 데다가, 그나마 모아놓은 건 결혼비용으로 다 쓴 후였다. 그런 형편에 장남 놔 두고 부모님 생활 전체를 책임지겠다고 나서는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게다가 일이 힘들다며 집에 오면 짜증도 심했다. 음식타박은 또 말로 다할 수 없었다. 바로 가장 신경을 건드리는 부분이기도 했다. 결국 이어지는 건 진저리나는 싸움뿐이었다.
부부 면담을 하다 보면, 분명 둘이서 똑같은 상황에서 함께 겪은 일인데도 각자의 주장이 극단적으로 다른 경우를 흔히 본다. 이 커플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그럴 때마다 늘 들려주는 얘기가 있다.
결혼생활에도 비즈니스적인 경영 마인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각자의 주장이 다르다면 왜 다른지, 협상이나 타협의 여지는 없는지 하는 것들을 신중하게 검토해 보아야 한다.
서로의 의견을 들어보고, 다시 조율할 건 조율해 가며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다 보면, 비즈니스는 어렵지 않게 성사된다. 때론 결혼생활도 마찬가지다.www.mind-op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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