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환경연구원 생물다양성센터가 최근 호수 해안 등 철새들이 즐겨 찾는 118개 지역에서 겨울철새 동시 센서스를 실시해 발표한 숫자다.
이번 조사에는 대학 교수와 민간 전문가 등 64개팀 128명이 동원됐다. 1개팀이 평균 1만4560여 마리, 1명이 7280여 마리를 셌다는 얘기. 어떻게 100만마리에 가까운 새를, 그것도 쉴새없이 먹이를 찾아 날아다니는 새를 정확히 셀 수 있을까. 게다가 가창오리는 28만7000마리, 청둥오리는 25만5000마리, 흰뺨검둥오리는 6만2000마리 식으로 종(種)까지 분류되다니!
새를 수도 없이 세어봤다는 김창회 연구원 생태조사단장은 “새를 좋아하는 전문가와 쌍안경만 있으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라고 말한다.
철새 센서스팀은 2인 1조로 구성된다. 조사는 호수 저수지 해안에서 낮 시간에 이뤄진다. 철새는 밤에는 들을 날아다니며 낟알을 쪼아먹고 낮에는 호수나 해안가에서 먹잇감을 사냥하며 휴식을 취하기 때문이다.
새들과 200m 정도 떨어진 지점에서 작업을 한다. 날이 좋으면 망원경은 2㎞, 쌍안경은 1㎞ 떨어진 곳에서도 종까지 구별할 수 있다.
우선 철새들이 모여있는 곳을 쌍안경으로 훑어보며 몇 개 종이 모여있는지 파악한다. 대개는 8∼10종이 2000∼3000마리의 군집을 이루고 있다. 종이 섞여있더라도 부리가 긴 놈 짧은 놈 등 신체 구조와 식성에 따라 먹이가 달라 싸움이 일어나지는 않는다.
1개종씩 쌍안경을 이용해 세기 시작한다. 100마리 단위는 1마리씩 세지만 1000단위가 되면 ‘10마리, 20마리, 30마리…’ 식으로 10단위로 끊는다. 두루미 황새 저어새 등 희귀종은 1마리씩 일일이 헤아린다. 종별로 셈이 끝나면 전체 개체수를 세고 종별 셈과 전체 셈을 맞춰본다. 1000마리 세는 데 걸리는 시간은 10여분. 동일한 종이 모여 있으면 사진을 찍어 모눈종이 위에 올려놓고 점을 찍어가며 세기도 한다.
대상은 다르지만 각종 집회를 쫓아다니는 경찰서의 정보과 형사들도 숫자 세는데는 이골이 난 사람들이다. 종로서 정보과 관계자는 “1평에 모여있는 사람수에 평수를 곱하는 방법을 쓴다”고 전한다. 1평에 들어가는 사람 수는 서 있을 경우 8명, 앉아 있으면 6명이다. 주최측에 물어보기도 하지만 대개 참석자 수를 부풀려 말하는 경향이 있어 믿지는 않는다. 이보다는 집회를 취재하러 나온 기자가 더 정확하다.
87년 민주화 시위가 줄을 이을 당시 수습기자 신분으로 각종 집회 현장을 뛰어다녔던 동아일보 하준우 차장은 “집회 장소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곳에 가서 눈대중으로 집회 장소를 일정 면적으로 자른 뒤 2개 구역을 샘플로 선정해 사람 수를 세어본 후 환산하는 방법을 썼다”고 말한다. 보통 샘플이 되는 구역에는 100명 안팎의 사람이 들어갔다. 셈이 끝나면 형사들과 숫자를 비교하곤 했는데 민주화 시위 때는 대개 기자가 세어본 수가 더 많게 나오곤 했다.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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