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 83주년인 1일 오전 10시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
천정에는 가로 5m, 세로 7m의 대형 태극기가 나부끼고 여기저기 태극기가 눈에 띈다.
한 교회의 집회는 이처럼 태극기의 물결 속에 시작됐다.
서울 온누리교회(담임목사 하용조)는 이날 1만여명의 신자가 참석한 가운데 ‘깨끗한 사회, 건강한 세상’을 기원하는 3·1절 집회를 가졌다.
하용조 목사는 설교에서 “3·1운동은 민족이 일제의 억압과 불의에 맞서 항거하고 독립을 염원한 민족적 궐기였다”며 “교회는 그 독립의 정신을 되새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교회측은 2주전부터 차량용 태극기 6000여개를 제작해 신자들에게 나눠줬다. 서울 서빙고동 본당에는 우리 역사에 녹아 있는 기독교 정신을 체험할 수 있는 ‘3·1 비전 체험관’을 마련하기도 했다.
교회측은 “3·1절과 8·15 광복절의 의미는 각각 독립에 대한 염원과 해방일 것”이라며 “이같은 행사는 교회가 민족과 국가, 역사 속에서 만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이날 집회에서 모인 헌금은 북한의 결핵 환자를 도울 수 있는 의료용 자동차(2억여원) 구입에 사용할 예정이다.
이날 행사에서는 또 신자들이 설문을 통해 선정한 ‘행복한 가정’ ‘깨끗한 사회’ ‘건강한 세상’을 위한 10계명의 선포와 다짐을 했다. 행복한 가정을 위한 10계명에는 ‘가족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온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운동을 한다’ ‘지친 아내(남편)를 안마해 준다’ 등 일상생활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겨 있다. 참석자들은 풍요 속 절제와 검소의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각 가정에서 준비해온 주먹밥으로 점심을 먹었다.
이 집회에 참석한 김지은양(18·과천외국어고 2)은 “3·1절 집회는 나라의 독립을 위해 애쓴 선조와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 고난의 길을 걸어가신 예수 그리스도가 흘린 피의 의미를 함께 기릴 수 있는 자리였다”고 말했다.
이밖에 개신교계에서는 이날 3·1절을 기념하는 여러 기념예배가 있었다.
‘제15회 3·1절 민족화합기도회’가 서울 광화문 종교교회(담임목사 나원용)에서, 신촌 지역 5개 교회가 참여한 ‘3·1운동 제83주년 신촌 지역 연합예배’가 서울 신촌창천감리교회(담임목사 박춘화)에서 열렸다.
한편 기독교감리회 경기연회는 3일 오후 2시 3·1운동 당시 제암리 사건이 일어났던 경기 화성시 제암교회에서 3·1절 기념예배를 갖는다.
김갑식기자 g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