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50대가 된 중소기업체 사장인 아버지와 동갑인 어머니가 38세 때 출산한 A군에게는 위로 대학생인 23세, 22세 누나가 있다. 심지어 게임광인 A군이 직접 지은 자신의 인터넷 아이디는 ‘영원한 아기(foreverbaby)’이다.
최근 여성의 사회진출 확대와 늦은 결혼 등으로 늦둥이 출산이 늘고 있는 가운데 ‘베이비 증후군’이 확산되고 있다. 베이비 증후군은 보통 35세 이상의 산모가 낳은 늦둥이들에게서 발견되는 유아적 행동을 비롯한 각종 심리적 장애와 사회 부적응 현상을 일컫는다. 베이비 증후군은 정서 불안, 학교 거부, 폭력 등의 다양한 형태로 확대되고 있다.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 소아정신과 신의진 교수는 “최근 나이보다 어린 행동을 보여 소아정신과를 찾는 늦둥이들이 늘고 있다”며 “3년 전과 비교하면 20%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사교육비 증가로 ‘자녀 수가 곧 재력의 상징’으로 통하는 요즘 이 증후군은 경제적으로 안정된 중산층 이상의 가정에서 주로 나타나고 있다.
▽말썽꾸러기 늦둥이들〓베이비 증후군의 확산은 늦둥이 출산의 증가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산모 1000명 당 35∼39세 출산자는 2000년 17.4명으로 1991년 10.8명보다 크게 늘었다. 또 서울 강남 차병원에 따르면 37세 이상 산모는 99년 340명(이 병원 전체 산모의 4.8%), 2000년 380명(5.6%), 2001년 403명(8%) 등으로 증가했다.
서울대병원 소아정신과 김붕년 교수는 “늦둥이 증가와 함께 최근 소아정신과의 외래 초진을 받는 늦둥이들이 한 달에 많게는 10명에 이른다”고 말했다.
대기업 간부인 50대 아버지와 40대 후반의 회사원 어머니, 열살 이상 차이가 나는 3명의 누나와 함께 사는 초등학교 2학년 B군(8)은 15일 이상 학교에 가지 않아 정신과 치료를 받게 됐다. “학교가 나를 제한하고 간섭한다”고 주장하는 그는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집에서처럼 학교에서도 막무가내식 떼를 쓰기 때문에 친구들로부터 ‘왕따’를 당하고 있다.
C군(4)은 어머니(43)를 자주 꼬집고 때리며 물건을 집어 던지는 공격적 행동을 보이고 있다. C군 이외에도 2명의 중학생 딸을 둔 C군의 어머니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어린 아들의 잘못을 눈감아주다 보니 아이가 폭력적으로 변해간다”고 말했다.
▽부모의 양육방법이 관건〓전문가들은 한결같이 베이비 증후군에 대해 늦둥이 출산 자체가 아니라 부모의 잘못된 양육방법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신석호 소아청소년정신과 클리닉 원장은 “만 2세 이후에도 계속 아이의 요구를 그대로 받아주면 베이비 증후군이 생긴다”며 “늦둥이를 키울 때는 부모의 감정조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강북삼성병원 정신과 노경선 교수는 “늦둥이들은 부모의 삶에 새로운 활력을 주는 순기능이 있다”며 “맞벌이하는 부모는 집에 돌아가 아이에게 피곤함을 내색하지 말고 따뜻한 대화를 많이 나눠야 한다”고 말했다.
김선미기자 kimsun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