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보는 한국여성 이미지 변천사

  • 입력 2002년 3월 4일 18시 43분


이제창그림 '독서하는 여인' 1937년.
이제창그림 '독서하는 여인' 1937년.
여성의 눈으로 20세기 한국 미술을 들여다보고 동시에 한국 미술을 통해 20세기 한국 여성의 삶을 되돌아본다.

6일부터 6월29일까지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이화여대박물관에서 열리는 ‘또 다른 미술사-여성성의 재현’. 서양미술이 들어온 1920년대 이후 최근까지 여성 이미지를 소재로 하거나 여성적 기법을 활용한 작품 71점을 선보인다.

관객들은 페미니즘이니 여성성이니 하는 거창한 용어에 굳이 신경쓰지 않아도 좋다. 전시를 통해 20세기 한국 미술 속에서 여성의 이미지가 어떻게 변해왔으며 거기에 어떠한 사회문화적 의미가 담겨 있는지를 편안하고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미술을 보는 눈이 한층 풍요로워질 것이다.

☞[화보]한국미술을 통해본 21세기 한국여성의 삶(1)ㅣ(2)ㅣ(3)ㅣ(4)

전시 1부 ‘여성의 이미지와 공간’엔 한국 미술 속 여성 이미지의 변화상이 다채롭게 펼쳐져 있다. 서양미술 도입기인 1920년대 미술 속의 여성상은 가사를 돌보거나 몸 단장을 하는 전통적인 모습이었다. 서양미술이 정착하기 시작한 1930∼40년대엔 서구적 미의식에 걸맞는 여성들, 즉 근대화된 여성들이 등장한다. 이제창의 ‘독서하는 여인’(1937)은 당시로서는 충격이었다. 가사에서 해방되어 독서라는 교양 취미생활을 즐기는 여성이, 그것도 상반신을 드러낸 채 그림에 등장한 것은 놀라운 사건이었다.

이유태그림 '탐구' 1944년.

그러나 당시 한국 사회는 근대화된 서구적 이미지의 여성을 정말로 원하는 것은 아니었다. 이유태의 ‘탐구’(1944)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이 그림엔 가운을 입은 전문직 여성이 등장한다. 그림을 잘 들여다보면 가운 옷깃 사이로 한복이 슬쩍 드러난다. 일하는 전문직 여성을 원하면서도 전통적인 한국 여성상을 원하는 당시 사회의 이중성 혹은 모순이 숨겨져 있는 것이다.

광복 이후의 혼란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김기창의 ‘풍속도’, 박수근의 ‘행녀’처럼 여성의 현실적 고단한 삶을 그대로 드러낸 작품들이 나타났다. 80년대 현실참여적 페미니즘에 따른 여성 이미지를 보여줬던 한국 미술은 90년대 포스트모더니즘시대를 거치면서 이불의 ‘사이보그’처럼 아예 여성 남성의 구분을 넘어서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2부 ‘여성적 소재와 기법’엔 섬유나 바느질 등 여성 특유의 소재 기법을 활용한 작품들을 전시한다. 일요일 공휴일 휴관. 02-3277-3152,3676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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