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읽는 그때 그 시절 "독재-저항-낭만의 30년전"

  • 입력 2002년 3월 5일 17시 19분


지금의 50대가 피끓는 20대였던 시절. 60, 70년대를 읽는 키워드는 눈부신 경제성장과 그 그늘, 군홧발로 상징되는 군사독재와 저항의 몸부림 정도로 집약될 수 있을 것이다. 일반 서민들은 월급봉투가 나날이 두꺼워지는 재미 속에서도 통행금지와 연탄가스에 시달렸다. 대학에는 수시로 휴교령이 내려지고 대학생들은 생맥주와 통기타로 낭만을 찾았다. 시대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사진들로 30년 전 그때를 짚어본다.

김광현 기자 kkh@donga.com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와우아파트 "와르르"

1970년 4월 18일 오전 6시40분경. 서울 마포구 창전동에 위치한 와우아파트 시민아파트 15동 5층 건물이 한꺼번에 무너져 내렸다. 33명이 사망하고 39명이 중경상을 입은 참사였다. 원인은 부실공사. 이후 이 사고는 안전불감증 문제가 대두할 때마다 회자되는 대표적 사례가 되었다.

▼캠퍼스의 군화

75년 3월 휴교령이 내려진 고려대 정문을 군인들이 지키고 있다. 72년 유신헌법이 선포된 뒤 학생들은 거세게 저항했고 독재정권은 휴교령으로 맞섰다. 79년 박정희 대통령이 죽을 때까지 대학은 데모의 함성이 가라앉을 날이 없었다. ‘강의시간보다 휴교시간이 더 많았다’는 말도 나왔다. 그래도 당시 대학생들은 지금 대학생보다 취직걱정은 덜했다.

▼야간 통행금지

경찰 헌병 합동단속반이 자정 통금시간이 지나면 한강인도교를 건너는 차량을 일일이 검문했다. 군용차량 화물차량 등 일부 차량만 다닐 수 있던 시절이었다. 술꾼들은 통금 때문에 집에 들어갈 수 없다는 핑계로 통금이 풀리는 새벽 4시까지 마셔댔다. 이때 아침 인사 가운데 하나가 ‘올나이트했어?’였다. 통금은 80년 5공화국이 들어서면서 없어졌다.

▼"종로 타세요, 오라잇!"

“서울역, 종로 가요.” 버스가 정류장에 도착할 때마다 소리를 지르고 손님을 다 태우면 버스문을 탕 탕 치며 “오라잇!” 하던 버스안내양. 문닫기가 어려울 정도로 손님이 가득 타면 버스에 매달린 채 두 팔로 버티며 “안으로 좀 들어가요”를 외치던 모습은 출근시간이면 어디에서나 볼 수 있던 풍경이었다.

▼월남파병

베트남 퀴뇬에 도착한 맹호부대 장병에게 한 월남아가씨가 화환을 걸어주고 있다. 한국정부는 65년 2월 25일 비전투원 2000명으로 구성된 ‘비둘기부대’를 파견했다. 이어 ‘청룡부대’‘혜산진부대’‘백마부대’‘맹호부대’가 베트남에 상륙했다. 젊은 장병들은 자유를 지킨다는 명분 아래 정글 속에서 청춘을 보냈다. 전세가 불리해지자 국군은 점차 철수하기 시작해 73년 3월 말 철수를 끝냈다.

▼고달팠던 '수출역군'

마산수출자유지역에서 미싱 돌리기에 여념이 없는 기능직 생산사원들. ‘공돌이’‘공순이’라 낮춰 불렸지만 이들은 70년대 경제성장의 핵심인 수출확대의 진정한 일등공신이었다. 열악한 환경과 낮은 임금에 대한 이들의 항의는 전태일 분신자살 사건을 계기로 수면 위로 떠올라 본격적으로 사회문제가 되었다.

▼광란의 졸업식장

고등학교 졸업식장에는 으레 온몸에 밀가루를 뒤집어쓰고 얼굴에 구두약을 묻힌 졸업생이 등장했다. 손에 들고 있는 모자와 교복도 찢었다. 당시 신문은 ‘찢고 칠하고 분장(粉粧)한 졸업날 광태(狂態)’라고 비판했다. 이런 졸업식 풍속은 조선시대 성균관 졸업생들이 친구들의 푸른 제복을 서로 찢은 ‘파청금(破靑襟)’에서 유래한 것으로 전해진다.

▼新단발령

70년대는 단속이 난무하던 시대였다. 그중에서도 미니스커트 단속과 장발 단속은 대단했다. 경찰들은 곤봉과 함께 가위를 들고 사냥하듯 장발족을 찾아다녔다. 70년대 말에는 즉심에 회부돼 통행금지 위반자, 윤락녀들과 함께 벌금형을 받기도 했다. 그래도 젊은이들은 악착같이 머리를 길렀다. 당시에는 이를 유신체제에 대한 저항의 몸짓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대학축제 '쌍쌍파티'

보통 5월에 열렸던 대학축제의 하이라이트인 쌍쌍파티는 일탈의 공간이었다. 각선미에 자신있는 여학생들은 초미니스커트를 입고 나와 남학생들을 유혹했다. 그러나 유신의 억압이 강도를 더해가자 쌍쌍파티는 점점 빛을 잃었고 80년대 들어 ‘대동제’로 이름이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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