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인터뷰]첼리스트 요요마 "내 음악엔 '벽'이 없어요"

  • 입력 2002년 3월 5일 18시 03분


《상하이 방송교향악단 협연차 내한…e메일 인터뷰》

첼리스트 요요마(47)는 날마다 젊어진다. 1960년대 한국영화 ‘꼬마신랑’을 연상시키는 앳된 얼굴 때문만은 아니다. 그의 실험정신과 새로운 행보는 제때 수첩에 메모하기 힘들 정도다.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무용 등 영상과 함께 재현한 DVD 출반, 피아졸라의 탱고 음악을 연주해 그래미상 크로스오버부문 수상, 미국음악의 원류를 탐구한 ‘애팔래치아 기행’음반 발표, 바로크 첼로를 사용한 고(古)악기 연주음반 출반…. 지칠 줄 모르는 그의 거듭된 변신에는 과연 어떤 ‘엔진’이 작동하고 있는 것일까.

6일 서울에 와 도착 즉시 리허설을 갖고 이날 저녁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상하이 방송교향악단과 드보르자크 첼로협주곡을 협연하는 그를 e메일로 인터뷰했다. 바쁜 일정에 쫓기는 그는 기사 마감시간이 턱에 닿아서야 답신을 보내왔다.

-먼저 5년만의 내한을 반갑게 생각합니다. 1999년부터 동서 문화의 만남을 꾀하는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소개해주시죠.

“음악과 문화를 통한 동서양의 의사소통이죠. 동서 교류의 주인공이었던 여러 지역의 음악가들에 작품을 위촉하고 연주발표를 합니다. ‘실크로드 앙상블’ 도 창단했어요. 몽골의 ‘마두금(馬頭琴)’을 직접 연주해보면서 황홀경에 젖기도 했고, 이란의 전통음악과 컴퓨터음향을 연결시키는 시도 등 수많은 새로운 시도가 탄생됐습니다.”

# 한국 전통음악 매우 매력적

-이 프로젝트에서 한국음악 및 한국 음악가들과도 만남을 가진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떤 인상을 받았습니까.

“2월 초 작곡가 강준일씨의 ‘해맞이 굿’을 장구 연주가인 김동원씨와 협연했고, 김지영씨의 ‘밀회’를 가야금 연주자 김지현씨와 협연했습니다. 이미 5년전 한국에 연주여행차 들렀을 때 공연 관계자들이 전해준 전통음악 CD를 듣고 흥분에 휩싸였었죠. 위촉한 작품들의 악보를 처음 받았을 때, 한국의 음악적 전통이 현대적 스타일 속에 생생하게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앞으로 유럽 등지에서 이 작품들을 계속 연주할 겁니다.”

-여러 음악장르를 서로 만나게 한다는 시도는 오래전부터 있어 왔습니다만, 상업성에 치중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에 반해 ‘실크로드 프로젝트’는 상이한 문화권들을 만나게 하는 진지한 ‘벽 깨기’로 관심을 모으는데요.

“이제 한 문화권이 외부에 대해 문을 닫고 살 수 있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중국인의 혈통을 갖고 서구에서 활동하는 저는 이런 사실을 더 깊게 체감합니다. 세계 문화권들은 점점 더 상호의존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음악은 다른 문화의 핵심에 다가갈 수 있는, 고도로 표현적인 예술장르입니다. 다른 문화권의 ‘목소리’를 듣고 배움으로써 그 세계가 갖고있는 핵심적인 정신을 배울 수 있는 것입니다. 요즘 ‘문화충돌’과 같은 이야기가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데,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먼저 음악에서 배우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 음악을 통해 다른문화 배워야

-작곡가 탄 둔에게 아카데미 음악상을 안겨준 영화 ‘와호장룡’의 음악에서 연주를 맡기도 했고, 바흐의 무반주 첼로모음곡을 영상물로 제작하는 작업을 주도하기도 했습니다. 영상과 같은 다른 예술장르에도 관심이 많습니까.

“‘실크로드 프로젝트’처럼 완전히 새로운 학습을 필요로 하는 작업과 달리, 영상물과 함께 하는 작업들은 완전히 새로운 준비과정이나 경험을 필요로 하지는 않습니다. 다른 장르의 예술가들과 함께 작업하는 것은 즐거움을 안겨주며, 서로에 대한 신뢰를 전제로 해야 한다는 점을 얘기할 수 있겠군요.”

# 바로크 첼로 연주경험 짜릿

-‘요요마가 바로크 악기를 연주하다’라는 뉴스가 나왔을 때 많은 현대악기 및 고악기 연주자들이 ‘의표를 찔렸다’며 경악했을 겁니다. 언뜻 어울리지 않는 일처럼 여겨졌을 테니까요. 쉽게 적응할 수 있었습니까.

“다양한 음악가들과 함께 작업해온 경험이 바로크 첼로마저 쉽게 소화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습니다. 예를 들어, 몽골의 현악기 활을 잡는 방법으로 옛 첼로를 연주하니 쉽게 연주가 풀리더라구요! 이 방면의 무궁무진한 가능성도 내게 흥분을 안겨줍니다.”

-최근 미국의 잡지 ‘피플’은 당신을 2001년의 가장 섹시한 남자로 뽑은 바 있습니다. 놀라지는 않았나요.

“….” (그는 이 질문에 대해서는 노코멘트였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요요마 연보

1955 프랑스 파리에서 출생. 부모 모두 중국계로 아버지는 바이올리니스트, 어머니는 메조소프라노.

1962 미국으로 이주, 신동으로 ‘자니 카슨 쇼’에 소개. 줄리어드 음대 교수인 첼리스트 레너드 로즈를 사사

1970 샌프란시스코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협연, 말보로 음악축제 출연

1978 에이버리 피셔상 수상

1992 흑인 싱어 바비 맥퍼린과 크로스오버 앨범 ‘허쉬’ 취입

1997 그라머폰 ‘올해의 음악가’상 수상

1999 ‘심플리 바로크 1’ 발매, 고악기 연주 시작

1999 ‘실크로드 프로젝트’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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