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온천을 표시하는 마크는 모락모락 김이 3개 올라오는 붉은색 그림이다.
"이 마크에도 깊은 뜻이 있답니다. 온천을 이용하는 방법인데 1박 2일로 온천에 갔을 경우 '도착직후 짧게, 저녁식사 후 길게, 다음날 아침에 짧게' 총 3번의 온천체험을 해야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가운데 김 막대기가 조금 더 길답니다"
부산시 문화관광국 소속으로 나가사키시에 파견근무 중인 이원실(33)씨의 다소 설득력있는 해설이다.
짧은 시간동안 많은 것을 봐야하는 나가사키 시내 여행을 마치고 쌓인 피로를 풀기에는 어느 온천이 제격일까.
▼오바마쵸 해수온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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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쵸의 온천지구 |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은 오바마쵸(쵸는 우리나라의 '군'정도 개념으로 시와 동격이지만 규모가 작은 지역을 뜻하는 행정명칭. 현의 하위개념)에 있는 해수온천이다.
390년의 역사를 가진 오바마쵸 온천은 해안선을 따라 30여개의 여관과 호텔이 자리잡고 있다. 마을 전체에서 하루종일 김이 무럭무럭 올라가는 장면은 마치 공업도시에 온듯한 착각을 들기도 한다.
연간 25만명이 찾는다는 오바마쵸는 100℃의 해수 온천수가 하루 25만톤씩 뿜어져 나오지만 모두 이용할 수 없어 대부분 바다로 흘려보낸다.
짭짤한 소금기가 느껴지는 해수온천에 몸을 담그고 서서히 붉게 물드는 석양을 바라보는 바닷가 해상온천은 태양이 바다에 닿아 그 열기가 온몸 구석구석으로 전해지는 듯하다.
해상온천의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대신, 대부분의 호텔과 여관에는 옥상에 야외 해수온천탕을 마련해 똑같은 기분을 만끽하게 해 준다.
▼운젠 유황온천과 지옥순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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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황냄새와 수증기로 가득한 운젠 지옥 순례 |
회색빛 유황물이 뜨거운 김을 내며 뿜어져 나오고, 생명체라고는 살 수 없을 것 같은 돌무지 틈에서 삐쩍 말라버린 갈대. 코를 자극하는 옅은 유황냄새.
곳곳에는 사방에서 피어나는 증기에 한치 앞도 분간할 수 없을 만큼 시야가 가려지고, 땅바닥의 온도에 신발 안은 땀으로 가득찼다.
왜 '지옥순례'인지 금방 짐작이 갔다. 실제로 그리스도교에 대한 탄압으로 이곳에서 뜨거운 물로 고문을 하기도 했으며, 이를 추모하는 돌 십자가가 산중턱에 서 있다.
지옥순례를 마치고 숙소인 큐슈호텔 로비에 들어서자 기모노를 차려입는 웨이트리스가 꽃한송이와 함께 놓여진 따뜻한 물수건과 녹차 한잔을 테이블 위에 공손히 올려놓는다.
유카타(호텔내에서 입는 일본식 가운)로 갈아입고 호텔 대중탕을 찾았다. 유황 노천탕은 좀전 지옥순례의 냄새 그대로였다.
나가사키시와는 달리 다소 쌀쌀한 날씨에 유황온천에 몸을 담구니 마침 보슬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해는 뉘엿뉘엿 산을 넘어가고 산중턱 노천탕에 몸을 담군 채, 온천수 위로 빗방울이 후두둑 떨어져 일으킨 파장이 몸에 살짝 와 닿는다. 나와 풍경이 다르지 않다.
운젠지역 온천체험에서는 호텔마다 오전과 오후로 나눠 남탕과 여탕이 뒤바뀐다는 점을 명심할 것. 음양의 조화를 위해서라나.
▼시마바라의 탄산온천▼
오바마에서 저녁놀을 바라보며 해수온천을 즐겼다면 반도의 동쪽 시마바라 탄산온천에서는 오전 6시경부터 노천탕 체험을 권한다. 아침해가 수면 위로 떠오르는 정경을 바라보며 느끼는 온천 또한 색다른 맛.
△볼거리 먹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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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의 해수온천으로 찐 달걀(좌)과 운젠지구의 유황온천 증기로 찐 달걀(우) |
■운젠 스파하우스 - 거품탕, 제트욕탕, 사우나탕, 수영장, 노천탕까지 고루 갖춘 고급 온천. 수영복 지참은 필수. 또한 유리공예 박물관을 겸해 도자기와 중세 서양 유리제품들을 전시해 놓고 있다.
■운젠관광호텔 - 1935년 세워진 운젠국립공원 속의 스위스풍 호텔. 입구의 가로수 길이 운치를 더해준다. 총 46개의 객실이 있으며 1961년 쇼와 천왕이 묵었던 스위트룸이 있다.
■오바마 역사자료관 - 오바마쵸에서 가장 오래된 온천수가 나오며, 발만 담글 수 있는 족탕이 있다. 일본 전통 목욕탕의 모습을 재현한 전시실이 있다.
■찐달걀 - 3개만 먹으면 무병장수한다는 오바마의 해수증기로 찐 달걀. 운젠지역의 유황증기로 찐 달걀과 맛을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다.
△여행정보△
■나가사키 현영버스 - 나가사키역앞 버스터미널에서 오바마까지 1시간 19분. 운젠까지 1시간 44분 소요.
나가사키현(일본)=최건일 동아닷컴기자 gaegoo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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