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성의 위상은 다른 국가와 비교했을 때 어느 정도일까. 유엔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이 조사한 여성 관련 통계를 망라해 보면 한국 여성의 지위는 ‘세계 최하위권’이다.
국제의회연맹(IPU)이 3월1일 기준으로 각국의 여성 국회의원 수를 조사한 결과 한국은 전체 의원 273명(조사 당시) 가운데 여성의원이 16명(5.9%)에 그쳐 조사대상 120국 가운데 96위였다. 아시아지역 평균인 14.8%는커녕 북한(20.1%)보다도 한참 뒤진다.
유엔개발계획(UNDP)이 국회와 고위 행정관리직 및 전문기술직 여성 비율, 남녀 소득차 등을 고려해 산출한 여성권한지수(GEM) 순위는 전체 64개국 가운데 61위(2001년). 꼴찌와 다를 바 없는 성적이다.
사회 각 부문에 있어 주요 의사결정권에 여성들이 거의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고위직 여성간부 비율은 5%에 불과해 미국(45%) 영국(33%) 싱가포르(21%) 필리핀(33%) 말레이시아(21%)에 비해 크게 떨어지며 전문직 여성 비율(31%)도 미국(53%) 영국(45%)은 물론 아시아권인 필리핀(63%) 말레이시아(44%) 일본(44%) 싱가포르(42%) 홍콩(38%)에 한참 처진다.
한국의 GEM은 2000년 70개국 가운데 63위, 99년 102개국 가운데 78위, 98년 102개국 가운데 83위를 기록하는 등 해마다 낙제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선진국 클럽’ OECD 회원국 사이에서도 한국은 ‘여성지위 후진국’이다. OECD가 지난해 11월 조사한 여성 기업가 현황 자료에 따르면 여성(15∼64세)의 경제활동 참여비율은 51.8%로 31개 회원국 가운데 24위에 그쳤다. 일본은 20위(59.6%).
여성 고용비율 역시 50.1%로 22위에 그쳐 17위(56.7%)인 일본보다 아래다. 주요 선진국들의 경우 여성의 고용비율은 아이슬란드(81%) 노르웨이(74%) 미국(67.9%) 캐나다(65.8%) 영국(65.5%) 독일(57.7%) 순이며 경제활동 참여비율은 아이슬란드(83.3%) 미국(70.8%) 영국(68.9%) 독일(63.2%) 프랑스(61.7%) 순이다.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
▼세계여성의 날 기원▼
‘세계 여성의 날’은 1909년 미국 사회주의 여성운동가들이 주창한 ‘여성의 날’에서 비롯됐다. 당시 미국에서는 투표권을 비롯한 여성의 정치·사회적 권리 찾기 운동이 광범위하게 전개됐고,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여성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 운동도 활발했다.
일단의 여성들은 1909년 뉴욕 맨해튼에서 2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처음으로 ‘여성의 날’ 행사를 가졌다. 1910년에는 이 행사가 미 전역으로 확산됐다.미국 여성운동가들은 같은 해 코펜하겐에서 열린 ‘세계 사회주의 여성회의’에서 이 운동의 확산을 제안했고 이를 계기로 ‘세계 여성의 날’이 탄생했다. 첫 행사는 1911년 독일 오스트리아 덴마크 등 일부 유럽 국가에서 치러졌다. 오늘날에는 한국을 포함해 세계 대부분의 나라들이 ‘여성의 날’ 기념행사를 갖고 있다.
▼타임표지모델의‘女傑’들▼
미국의 시사주간 타임은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다양한 분야에서의 활약으로 그동안 타임 표지 인물이 됐던 여성들을 소개했다. 이들의 면면은 현대 여성사의 한 면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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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인물은 1952년 4월7일자 표지인물이 됐던 엘리너 루스벨트.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의 부인이었던 그는 12년 동안 퍼스트레이디로 사회적 불평등 해소를 위해 노력했다.
1985년 5월 27일자엔 세계의 남자들을 매혹했던 마돈나, 1987년 1월5일자엔 필리핀 민주화에 앞장 선 코라손 아키노 대통령이 각각 표지를 장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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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3월1일자엔 대통령의 부인에 만족하지 않고 상원의원 출마를 선언했던 힐러리 클린턴, 그해 5월17일자엔 코소보의 인종청소를 종식시키는 데 앞장선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이 표지인물로 선정됐다.
타임은 ‘20세기의 가장 중요한 100인의 인물’에 포함된 15명의 여성도 함께 소개했다.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 패션의 개념을 새로 새운 코코 샤넬, 장애인의 희망이 된 헬렌 켈러, 사랑을 실천한 테레사 수녀, 영원한 섹스 심벌 마릴린 먼로, ‘안네의 일기’로 인간의 존엄성을 세계에 알린 안네 프랑크 등이 여기에 포함됐다.
박혜윤기자 parkhy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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