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인터뷰]차은주-하림 "감동을 노래하고 싶어요"

  • 입력 2002년 3월 7일 18시 33분


최근 나란히 첫 음반을 낸 가수 차은주와 하림이 만났다. 20대 중반인 두 사람은 오래전부터 대중음악계에서 “언제 음반을 내냐”고 기대를 모았던 ‘중견 신인’들. 차은주는 1996년 ‘낯선 사람들’에서 활동한 이래 빼어난 가창력을 인정받은 지 오래됐고 하림은 박정현의 ‘몽중인’, 윤종신의 ‘배웅’ 등의 작곡으로 이름이 알려진 작곡가 겸 가수다.

차은주 새음반의 타이틀곡 ‘알 수 없어요’는 재즈풍의 발라드로 청아한 음색과 차분한 카리스마가 특징이다. 하림의 음반 타이틀곡은 ‘출국’은 리듬앤블루스로 담백한 보컬과 자유로운 곡 해석, 비트감 등이 매력적이다. 탄탄한 음악성과 늦은 데뷔 등 몇가지 공통점을 가진 두 사람은 우연하게도 3월 한달간 매주 수요일 CBS 라디오 ‘해피 투웰브’의 한코너를 진행하고 있다.

하림(이하 하)〓차은주씨에 대해서는 음악계 선배들한테 소문 많이 들었어요. 왜 이제 나왔는지 궁금해요. 특히 가수는 자기 음악에 대한 철학이 중요한데, 은주씨가 오로지 감동을 주기 위해 노래한다는 말이 신선했어요. 제 생각과 비슷해 한번 만나 보고 싶었어요.

차은주(이하 차)〓한때 음악을 포기하겠다고 생각할 만큼 공백이 길었어요. 그렇지만 내 노래가 나오자 그동안의 괴로움이 싹 가셔요. 그런데 하림씨의 노래 ‘출국’는 마치 외국 가수의 노래를 듣는 듯합니다. 곡이 세련되어 있고 목소리도 독특하고.

하〓그런게 아니라 제가 발음이 ‘샐’ 때가 있어 그럴 거예요.(웃음) 가사가 정확해야 감동을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데…

차〓하림씨의 노래는 곡이 깔끔하고 가사가 좋아요. 솔직 담백한 창법도 호소력이 있습니다.

하〓저는 보컬의 호소력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테크닉보다 진솔한 감동을 얼마나 줄 수 있느냐는 것이죠. 그런 점에선 은주씨가 저보다 한수 위인 것 같아요.

차〓무명으로 지내는 동안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행복했어요. 노래방도 좋았거든요. 가수가 노래를 맘대로 부를 수 없는 아픔은 가슴을 후벼파는 듯해요.

하〓전 노래방 기기의 반주가 싫어요. 그렇지만 친구가 운영하는 카페에서 피아노를 치며 3, 4시간씩 노래하곤 했는데 마치 꿈꾸는 듯한 기분이었어요. 한국도 외국처럼 클럽 문화가 꽃피웠다면 은주씨는 벌써 톱스타가 됐을겁니다.

차〓노래하다 혼자 운 적도 있어요. 너무 감정에 취해. 이런 팬이 단 한명이라도 얻으면 내 에너지를 모두 쏟아 노래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하〓우리 가수들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도 벌어요. 그렇기 때문에 그 댓가로 팬들에게 반드시 감동을 줘야 해요.

차〓하림씨 음반 타이틀이 ‘다중 인격자’인데 나쁜 뜻 아닌가요.

하〓아녜요. 사람들은 수많은 자기 얼굴을 가지고 있는데 이를 다 인정하자는 것이죠. ‘이것도 나야, 저것도 나야, 그런들 어때’라며 너그럽게 살자는 뜻입니다. 최소한 아티스트는 (예술적) 얼굴이 많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차〓하긴. 나도 감정의 기복이 심할 뿐더러 하나의 감정에 끝없이 몰입할 때가 있어요. 노래는 그 감정을 팬들과 공유하는 징검다리이구요.

하〓나는 앞으로 상상력이 넘치는 음악, 우울한 사람을 순식간에 웃게 만드는 음악같은 것을 하고 싶어요. 은주씨도 작사 작곡을 하는데 어때요.

차〓첫 음반에는 내가 작곡한 노래는 한곡 밖에 없어요. 너무 대중적이지 않다는 거예요. 그렇지만 다음 음반에는 내가 하고 싶은 펑키(Funky)풍의 음악을 쏟아붓고 싶어요.

허 엽기자 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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