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록그룹 ‘비 갠 후’의 첫 음반에 대한 음악평론가 임진모씨의 평가다. 그는 “반항과 파괴의 외침을 록의 미덕으로 여기는 이들은 맘에 안들겠지만 있는 그대로를 좋아하는 록 수요자의 공허를 메울 수 있다”고 이 음반을 추천했다. 방송인 손범수씨도 이들의 라이브 연주를 듣고 매료돼 ‘홍보 대사’를 나서기도 했다.
‘비 갠 후’는 윤도현 밴드의 음악을 일궈낸 기타리스트 유병열과 안치환의 백밴드 ‘자유’에서 활동한 드러머 나성호 등이 모인 밴드다. 밴드의 연주력은 이미 정평이 나 있어 보컬을 맡은 한호훈의 기량이 관건. 한호훈은 ‘피노키오’에서 활동했던 가수로 깔끔한 안정된 고음이 매력적이나 투터운 맛은 덜하다.
타이틀곡 ‘소망’은 기승전결이 탄탄한 록발라드다. 밴드의 관록만큼이나 안정된 연주가 보컬의 애절함을 뒷받침하면서 록밴드가 단순히 홍보(방송)용으로 내민 발라드라는 선입견을 단박 깨트린다. 이 노래는 네티즌들을 상대로 한 투표에서 70%의 지지로 타이틀곡으로 선정됐다.
‘비 갠 후’는 그러나 다른 수록곡에서는 록밴드 특유의 폭발력을 여과없이 드러낸다. ‘꿈이었으면’은 군더더기 없는 록사운드로 편안하면서도 힘있게 다가오면서 윤도현 밴드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윤밴’의 음악적 리더가 유병열이었던 때문인 듯. ‘내버려둬’는 기타(유병열)과 드럼(나성호)의 파워풀한 교차 연주가 인상적이고 ‘다시 사는 거야’는 영화 ‘킬러들의 수다’의 삽입곡으로 잘 알려진 노래로 오르간이나 기타의 격렬함을 타고 보컬이 강렬하게 흐른다.
‘비 갠 후’의 특징은 긍정의 외침. 가사가 건강하고 밝다. 각각 짧지 않은 음악 생활을 한 덕분에 록밴드가 매몰되기 쉬운 ‘무정부적 부정’을 외치지 않는다.
‘화려하지는 않아도 괜찮아/VIP가 아니면 어때 너는 너대로 인걸’(있는 그대로가 좋아) ‘누구도 나를 대신할 수 없어/지난 슬픔조차도 더이상 아픈 과거라 생각하진 마’(홀로서기) 등의 가사들이 그렇다.
“그러나 아무래도 음반은 록 밴드 특유의 파워를 고스란히 토해내기엔 한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록에 목말라하는 이들을 위해 공연을 자주 펼치려고 합니다.”
이들은 15∼17일 서울 대학로 라이브 소극장에서 라이브 공연을 갖는다. 로커들의 ‘수다’가 왁자지껄한 소풍 분위기로 꾸밀 것이라며 팬들에게 김밥과 삶은 달걀을 가져오라고 주문한다. 02-2166-2640
허 엽기자 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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