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동굴’이라면 여자는 ‘우물’이다. 남자는 고민이나 스트레스가 생기면 혼자만의 공간에서 해결점을 찾지만 여자는 누군가에게 고민거리를 털어놓으면서 기분을 회복한다.
이처럼 남자와 여자는 서로 다른 객체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가 1993년 첫선을 보인 후 지금까지 스테디셀러로 사랑받는 이유는 이성에 대한 ‘평등한 시선’에 있다.
이 책은 친구미디어의 전신 격인 친구출판사에서 93년 출간돼 5년간 약 25만부가 팔려나갔다. 2000년 재발간 된 후에도 해마다 7만∼10만부를 판매해 10년간 총 45만부를 넘어섰다. 서울 교보문고의 스테디셀러 부문 2월 마지막 주 집계에서도 7위에 올라 있다.
‘화성에서…’는 먼 옛날 화성 사람(남자)과 금성 사람(여자)이 주인공. 이들은 만나자마자 첫눈에 반해 무엇이든 함께 나누며 기쁨을 나누지만 지구에 정착한 뒤 시간이 흐르면서 갈등에 빠진다. 서로 다른 세계에서 왔다는 사실을 잊어버린 채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30여년간 인간관계 세미나와 부부 상담센터를 운영한 저자는 이혼 위기에 처한 부부 수만 쌍의 갈등 극복 사례를 정리했다. 남자와 여자가 의사소통, 정서적 욕구, 행동방식 등에서 뿌리깊은 차이가 있음을 인정하고 서로 이해하는 길을 안내한다.
회사원 김경화씨(32)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남자와 여자가 근원적으로 다르다는 사실을 알았다”며 “연애할 때는 모든 게 좋고 예쁘지만 일단 결혼하고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면 남녀 간에 더 큰 이해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배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친구미디어 측은 “구조조정, 가족 붕괴 등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이후 판매량이 급증했다”며 “외국인 부부 상담 카운슬러의 생생한 경험담이 한국 사람에게도 피부로 와닿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남녀가 싸우고 화해하는 과정은 서양이나 동양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는 얘기다.황태훈기자 beetle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