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트]추억의 포크가수 그들이 온다 통기타 달랑들고…

  • 입력 2002년 3월 10일 17시 35분


포크는 죽었나.

‘해바라기’의 이주호는 “아니다. 단지 세월의 연륜이 익어 드러나지 않을 뿐”이라고 말한다.

7일 경남 창원 캔버라 호텔에서 공연을 가진 그는 “하루에 한번 꼴로 라이브 카페 등에서 공연한다”며 “포크 팬들은 전국 곳곳에 있다”고 말했다. 최백호도 “통기타 음악 팬들의 수요는 얼마든지 있는데 이를 제대로 끌어올리면 대박이 터질 것”이라고 말했다.

19, 20일 이틀간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열리는 ‘2002 한국포크빅쇼’는 이런 포크팬의 조용한 함성을 실체로 드러내보이는 공연이다.

참가 가수들은 송창식, 정태춘과 박은옥, 최백호, ‘둘 다섯’, 유익종, ‘해바라기’ 등 6팀으로 70, 80년대 한국 대중음악을 이끈 지휘자들. 공연은 이들이 각각 자기 무대를 릴레이로 펼친다. 양희은 등은 스케줄이 맞지 않아 참가하지 못했다.

송창식은 ‘고래사냥’ ‘왜불러’ ‘피리부는 사나이’ 등을 부른 70년대의 톱스타. 90년대들어 ‘칩거’중인 그는 최근에는 경기 하남시 미사리 라이브 카페 ‘록시’에서 거의 매일 공연을 펼치고 있다. 그는 간혹 포크 공연에 참가하며 여전히 변함없는 노래와 기인의 풍모를 선보이고 있다.

80년대 대중 포크의 대명사였던 ‘해바라기’는 1983년 이주호와 유익종이 창단했으나 현재는 이주호와 강성운이 멤버. 이주호는 최근 우크라이나 키에프 오케스트라와 협연한 클래식 음반 ‘포 더 피스’를 출시했다. 타이틀곡 ‘슬픔만 아니겠지요’ 등 9곡을 협연했다.

그는 이달 중순부터 미사리에 처음으로 진출할 계획. 이주호는 “미사리가 참다운 포크 공연의 모습이 사라져가고 있어 그에 일침을 놓을 것”고 말한다. 이번 무대에서는 ‘내 마음의 보석 상자’ ‘사랑은 언제나 그 자리에’ 등을 부르며 86년 결별한 이후 처음으로 유익종과 원래의 ‘해바라기’화음도 한차례 선보인다.

최백호는 70년대 후반 최병걸 최헌 등과 함께 가요계의 ‘3 최’시대를 연 주인공.‘내 마음 갈 곳을 잃어’ ‘영일만 친구’ ‘입영 전야’에 이어 90년대 후반 ‘낭만에 대하여’ 등으로 히트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라이브 카페 등지에서 계속 공연하고 있으며 올해 가을 새음반(17집)을 낼 예정이다. 이번 무대에서는 통기타 하나 달랑 들고 팬들의 신청곡을 받는 ‘70년대 스타일로’로 꾸미겠다고 말한다.

유익종은 경기 하남시에 있는 ‘미사리의 스타’로 이 곳을 찾는 40대 중년 여성 팬들에게는 ‘H.O.T.’다. 유익종은 안양 일산의 라이브 카페 ‘쉘부르’를 순회하며 공연하고 있다. 유익종은 “90년대 중반 솔로 음반이 실패해 어려웠는데 라이브 카페 공연의 두터운 팬층에 힘입어 재기했다”고 말했다. 공연에서 ‘모두가 사랑이에요’ ‘사랑의 눈동자’ 등을 부른다.

이두진과 오세복으로 구성된 ‘둘 다섯’은 한국 감성 포크의 대명사. ‘긴머리 소녀’ ‘밤배’ 등이 아직도 475, 386세대의 귓전에 울리고 있다. 이번 무대에서는 이두진이 초등학교 여학생 2명과 함께 ‘둘다섯’의 이름으로 무대에 오른다. 오세복은 사업차 음악 활동을 하지 않고 있으며 이두진은 지난해부터 25년만에 포크 무대로 본격 돌아왔다. 그는 “포크의 유려한 가사와 서정성은 청소년들에게 좋은 노래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4월초에 새 음반을 발표할 예정.

정태춘과 박은옥 부부 듀엣은 80년대 들어와 포크 음악을 ‘사회 운동’의 차원으로 끌어올린 가수들. 다른 가수들이 포크의 서정적 윤기를 닦은데 비해 정태춘은 목가적인 노래와 가사를 통해 포크의 사회적 의미를 빛나게 했다. 그는 이후에도 줄곧 ‘노래 운동’이나 환경 운동에 주력해오면서 대중집회의 단골 가수로 자리잡는 한편 음반 사전 심의 철폐라는 결실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지난해 가을에는 부부가 “노래를 시작했던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는 취지의 전국 순회 공연 ‘다시 첫차를 기다리며’를 펼쳤다.

‘2002 포크 빅쇼’ 공연은 19, 20일 오후 7시반. 3만, 5만, 7만원. 1588-7890, 02-2166-2688

허엽기자 he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