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과 문학의 만남
문학 살리기에 미술인들이 발벗고 나섰다. 재정난으로 폐간 위기에 몰린 월간 ‘현대문학’의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미술인들이 자발적으로 기획전을 준비하고 있다.
기획자인 조각가 안규철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현재 작가를 섭외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현대문학’ 초창기 표지화를 그렸던 원로작가부터 최근 ‘현대문학’에 연재된 드로잉프로젝트 참여작가 등 60여명을 섭외해 한 사람당 두 점씩 출품토록 할 계획.
작가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특히 ‘현대문학’이 그동안 미술에 관한 글과 작품을 자주 소개해왔기 때문. 표지화 작가 120여명중 30여명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드로잉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작가 30여명은 거의 모두 참여키로 약속. 표지용 사진을 많이 찍었던 사진작가 구본창도 30여점의 사진을 출품한다. 전시 장소는 서울 종로구 인사동 갤러리라메르로 결정됐다. 갤러리측은 취지를 전해듣곤 무료로 전시장을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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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교수의 기획의 변. “많은 미술인들은 순수문학이 어려움에 처한 것을 보고 늘 안타까워 했다. 이번 행사가 ‘현대문학’을 조금이나마 도울 수 있고 문학과 미술의 관계를 복원하는 상징적인 계기가 됐으면 한다.”
참여작가는 이번주 중 확정된다. 출품 예상 작가는 표지화를 그렸던 장우성 서세옥 문학진 박노수 이만익 박서보 김인중 유영국 한만영 송영방 등과 드로잉프로젝트 참가자인 정서영 노상균 김범 도윤희 연성순 설원기 안규철 김선두 등. 출품작은 회화 조각 판화 드로잉을 모두 망라한다. 이외에 수십개의 ‘현대문학’ 표지화를 모자이크 벽화로 만들어 걸어놓고 시낭송회 등의 이벤트도 열린다. 전시는 4월26일부터 일주일간.
▼미술과 문학의 헤어짐
987년 개관해 제주 지역 미술 발전에 크게 기여해온 북제주군 애월읍 신천지미술관. 최근 들어 이 미술관이 없어지고 그 자리에 빌라가 들어설 것이란 얘기가 나돌면서 야외에 전시중인 시비(詩碑)들이 뿔뿔이 흩어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문인들의 우려가 높아가고 있다. 신천지 미술관 야외엔 정한모 김남조 구상 조병화 조정권 등의 시를 새긴 시비 50여점이 전시 중이다. 한 시인은 “제주도를 대표하는 멋진 시 공원으로 자리잡았는데 자칫 이 시비들이 떠돌이 신세로 전락할 지도 모른다. 문학과 미술은 원래 가까운 사이였는데…”라고 걱정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폐관이 결정된 것은 아니다. 신천지미술관 설립자인 조각가 정관모 성신여대교수는 “그동안 제주 미술을 위해 미술관을 운영해왔는데 이제 제주의 미술문화가 자리를 잡아 나의 임무가 다 끝난 것 같다”면서도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 중이지만 폐관을 결정한 것은 아니다”고 설명. 하지만 정교수는 “대신 충청도 서해안이나 강원도 동해안과 같은 미술 불모지에 새로운 미술관을 건립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며 “그렇다해도 시비를 내팽개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