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간의 갈등을 그린 창작오페라에 부녀교수가 작곡가와 여주인공으로 출연한다. 오태석의 연극을 오페라로 각색한 나인용(66·연세대 명예교수)작곡 오페라 ‘부자유친’(父子有親). 20일부터 24일까지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공연된다.
여주인공 ‘혜경궁 홍씨’로 출연하는 소프라노는 세 명. 주최사인 공연기획 쎄뮤는 최근까지 독일 아헨 오페라극장 주역가수로 활동한 소프라노 나경혜(36)를 그 중 한 사람으로 선택했다. 나씨는 지난해 연세대 성악과 교수로 부임했다. 부친은 같은해 연세대 작곡과를 정년퇴임했다.
“사실은, 작품을 쓰는 동안 경혜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작곡가는 우선 아이디어로 작품을 엮어 나가지만, 성악가가 실제 연주하기 힘들게 되는 경우도 많거든요.”
나인용교수는 딸이 성악 기술면에서 조언을 아끼지 않은 덕에 작품의 완성도가 높아졌다며 흡족해했다. 높은 음역에서 계속 소리를 뽑아올리는 장면에서는 성악가인 딸이 악보에 밑줄을 쳐가며 “이런 데는 한번 낮은 음에서 치고 올라가야 음이 떨어지지 않구요…” 라는 식으로 도움말을 주었다는 것.
나인용교수는 리릭(서정적)소프라노이면서 강하고 처연한 인상을 주는 딸의 목소리가 비극의 주인공 혜경궁 홍씨 역에 잘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칭찬만 할 수 없지. 한번은 연습을 참관했다가 혜경궁의 처지에 너무나 공감이 가서 그만 눈물을 흘리고 말았어요. 그런데 그날은 경혜가 연습하는 날이 아니었다구”라며 나인용교수는 너털웃음을 지었다.
“아버지 작품을 딸이 평가한다는 것은 어색하지만, 이번 작품은 연습을 시작하면서부터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공감이 와요. 휴식시간에도 자꾸만 머릿속에서 되새기게 되고….”
딸의 말에 아버지는 “작곡을 진행하는 동안 나도 모르게 네 목소리를 떠올리면서 써나갔기 때문은 아닐까”라고 말했다.
이 작품은 나인용 교수의 첫번째 오페라. 그는 “현대적 음악요소와 전통적 정신세계를 조화시키면서 내 독특한 색깔을 잃지 않으려 고민을 거듭했었다”고 털어놓았다.
“저 아이는 처음부터 음악을 시킬 생각은 아니었지. 바이올린도 시키다가 미술도 시키다가 했는데, 어느날 학교 선생님들이 목소리가 크고 좋다며 꼭 성악을 시켜야 한다고 하더라구요. 자기가 길을 찾은 겁니다.”
아버지는 작품 막바지 장면에서 지아비를 잃는 슬픔을 절절히 연기하고 있는 딸을 바라보며 자기도 모르게 안쓰런 표정을 지어 보였다.
오페라 ‘부자유친’은 원작자 오태석(서울예대 극작과 교수)이 연출을 직접 맡아 연극 무대에서 보여준 처절함과 긴장감을 재현한다. 강석희가 지휘하는 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가 반주를 맡는다. 사도세자역에 박성원 안형렬 이칠성, 혜경궁 홍씨 역에 나경혜 외 김영림 정꽃님 등이 출연. 공연은 오후 7시반에 개막되며 23일에는 오후3시 공연이 추가된다. 2만∼5만원. 02-3474-8996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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