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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대행사 ‘오쏘’의 김호종 사장(41)은 지난 2주일동안 운동화 8켤레, 구두 1켤레를 번갈아 가며 신었다. 거래처 고위 임원과 만나는 자리에서만 일반적인 ‘가죽 신사화’를 신었을 뿐, 나머지는 전부 운동화 차림이었다.
해외 촬영관계로 1년에 4개월은 외국에 나가 있는 김 사장은 “예전엔 유럽에 가면 ‘발리’구두 사 오는 것이 유행이었죠. 요즘은 저뿐만 아니라 직장 동료들 사이에서도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지 않은 휠라나 오클리의 신모델을 사 와 자랑하는 사람들을 흔히 봅니다”라고 말한다.
○구두 대신 운동화
김 사장은 “유행을 적극적으로 실천해 나가는 직장인일 뿐, 운동화 마니아는 결코 아니다”라고 말한다. 운동화가 구두와 같은 ‘출퇴근’의 역할을 하므로 여러 개의 구두를 번갈아 신는 것과 차이가 없다는 말이다.
그에게는 구두같은 디자인과 운동화의 밑창이 결합된 스니커즈류, 러닝화 테니스화 피트니스화 농구화 축구화 같은 기능성 운동화, 패션업체에서 생산돼 디자인이 화려한 캐주얼운동화 등 10개의 ‘생활 운동화’가 있다. 모두 평상시에 구두 대용으로 번갈아 신는 신발이다. 골프화 등산화를 합치면 운동화는 13개에 이르지만, 요즘 신고 다니는 구두는 2개에 불과하다.
“한번 발이 편해지니까 그런지, 구두는 막상 신으려면 딱딱한 촉감이 부담스러울 때가 많아요.”
그가 소지한 스니커즈는 전부 고유의 특성이 있다. ‘일레스틱’은 끈 대신 벨크로를 부착해 신발을 벗었다 신기가 한결 간편하다. ‘DKNY’는 흡사 무술할 때 신는 고무신처럼 신발의 높이가 낮다. 이 운동화를 신을 때는 양말도 복사뼈 밑까지만 오는 ‘덧버선 양말’을 신어야 자연스럽게 보인다. ‘오클리’는 밑바닥의 안창 부위가 발바닥 모양과 거의 흡사하게 디자인 돼 있어, 상의로 따지면 마치 ‘쫄티’를 입는 것처럼 빈틈없이 착 달라붙는 느낌이 좋다. ‘디젤’ ‘킬러루프’는 청록색이나 은회색이 들어 있어 검은색 흰색 갈색이 주종인 여타의 신발들과 차별화가 된다.
어떤 운동화의 착용감은 김 사장에게 자동차를 운전할 때의 느낌을 떠올리게 한다. 푸마, 휠라의 축구화를 신고 바람을 가르며 달릴 때면 실감나게 속도감이 느껴지는 것이 스포츠카를 탔을 때의 느낌과 비슷하다. 가죽과 바닥면이 얇아서 그런지 종종걸음을 할 때에는 좀 더 사뿐사뿐 갈 수 있다. 말그대로 ‘발걸음도 가볍게’가 떠오른다. 정작 이 신발을 신고 축구를 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발목이 4분의 3 정도 덮이는 휠라의 농구화는 그가 모는 자동차 그랜저 XG와 ‘승차감’이 비슷하다. 덩치는 크지만 일반 ‘소형차’와 마찬가지로 날렵하게 움직이는 데 지장이 없기 때문이다.
휠라의 노랑색 마라톤화는 초여름부터 샌들 대신 신을 예정이다. ‘마라톤’을 목적으로 산 것은 아니다. 가장 기능적인 신발이랄 수 있지만 역설적으로 김 사장이 가지고 있는 운동화 중 가장 화려한 디자인을 지녔다. 컬러풀한 반바지, 고글형 선글라스와 함께 착용하면 균형이 맞는다.
“무엇보다 발등 부위에 구멍이 송송 뚫려 있어 땀이 잘 통하고 시원한 느낌을 주더군요.” 통풍성은 그가 꼽는 마라톤화의 첫 번째 효용이다.
○운동 그리고 관리
서울 양천구 목동에 사는 김 사장은 집 앞의 ‘파리 공원’이나 아들이 다니는 인근 영도초등학교에 들러 가벼운 산책이나 달리기 하는 것을 즐긴다. 회사 앞에 있는 피트니스센터도 거르지 않고 다닌다. 러닝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기 때문에 착용감이 좋은 농구화나 테니스화를 주로 신는다. 땀이 차지 않게 하기 위해 운동을 할 때는 두꺼운 흰색 면양말을 신는 것을 잊지 않는다.
구두 사이즈는 260㎜, 하지만 운동화는 최고 275㎜를 신는다. 운동화는 넉넉한 부피감이 있어야 캐주얼 바지와 매치해 입기 쉽기 때문이다. 또 발에 꽉 끼면 모양이 쉽게 변할 우려가 있다는 게 김 사장의 판단이다. 그는 울긋불긋한 운동화를 신을 때는 재킷 안의 이너웨어를 밝은 색상으로 맞춰 시선을 분산시킨다.
김 사장은 운동화를 선택할 때 ‘청소년 운동화’는 피한다고 말한다. 우주복처럼 광택감이 나는 색상에 투명하게 비치는 쿠션이 장착돼 있는 경우라면 40대 남자가 ‘생활용’으로 신기에는 분명 무리가 따른다는 것. 그는 “중년남자의 운동화 패션에서는 ‘개성’을 발휘하는 것보다 ‘주접’의 경계선을 넘지 않는 게 더 중요한 포인트”라고 조언한다.
구두야 닦으면 되지만 운동화는 쉽게 더러워지지 않을까. 김사장은 집 앞 상가에 새로 생긴 ‘운동화 빨래방’에 신발을 맡긴다. 이 곳에선 운동화만 전문적으로 빨아주기 때문에 탈색이나 모양이 망가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
◆ '정장에 운동화'도 신기 나름
운동할 때 빼고는 외출복에 운동화를 신기가 아직 낯설다면? 휠라코리아의 김범수 디자인실장이 권하는 운동화 코디법을 살펴보자.
검정, 흰색의 스니커즈형 운동화
정장과 함께 신을 때는 특히 신발의 앞부분이 잘 보이기 때문에 앞부분이 둥글넓적한 스타일보다는 구두처럼 약간 날렵한 모양이 더 좋다. 앉아 있을 때 발목이 살짝 보이게끔 길이가 짧은 ‘덧버선 양말’을 신는 것도 멋스럽다.
슬리퍼형 운동화
뒤꿈치가 보이는 디자인이 잘 드러나게끔 롤업바지를 적당히 걷어입거나 스커트와 함께 코디하는 것이 좋다. 발목까지 길게 올라오는 양말, 뒤꿈치에 방울이 달린 양말, 망사로 된 양말로 포인트를 주면 개성있게 보인다.
벨크로가 부착된 운동화
벨크로(찍찍이)가 잘 보이게끔 스커트와 함께 코디하면 귀여운 이미지가 잘 살아난다. 양말 대신 무릎까지 오는 반스타킹을 착용하면 다리가 길어보이고 한결 스포티하게 보인다.
컬러풀한 패션운동화
광택소재의 옷과 매치하여 입거나 비슷한 색상의 양말을 올려신는 것이 포인트다. 다른 소품들과 색상을 맞춰 신으면 신발 자체가 훌륭한 하나의 패션소품이 된다. 신발과 비슷한 색상의 시계나 핸드백, 선글라스를 같이 매치시키는 것이 좋다.
기능성 운동화
헐렁한 바지보다는 통이 좁고 타이트한 바지가 운동화를 더욱 돋보이게 만든다. 옆선에 야광 줄이 들어있는 트레이닝복과 함께 신거나 바지 밑단 부분이 나팔 모양으로 퍼져 있으면 다리가 더 길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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