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에 대한 논란은 영화나 소설, 대담이나 논쟁 등을 통해 상당히 진전돼 왔다. 광고에서도 행주치마를 두르고 가족을 보살피는 현모양처의 이미지가 사라진 지 꽤 되었다. 자기자신의 발전을 꾀하는 커리어 우먼의 이미지가 광고 화면과 지면을 도배하기 시작한 것은 페미니즘의 논리가 논쟁에 머물지 않고 우리 일상에 파고 들었음을 입증해 주는 사건이라 할 수 있다.
프랑스 여성 의류 브랜드 쿠카이(KOOKAI)는 광고를 통해 급진적인 페미니즘을 외치는 것으로 유명하다. 브랜드 심볼인 벼락 맞은 남자의 모습에서도 알 수 있듯이 쿠카이는 당찬 여성들을 위한 의류란 컨셉트를 과장되게 상징화한 제품이다. 일관된 형태의 시리즈로 제작되고 있는 이 광고는 여성에게 노리개 취급 당하는 남성을 주요 표현 형식으로 삼고 있는데 그 중 에로티시즘을 표현 수단으로 접목시킨 광고는 파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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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광고에는 여성의 작은 수영 팬티 사이로 드러난 체모를 깎는 남자가 등장한다. 잔디 깎는 하인으로 표현된 남자는 마치 걸리버 여행기의 소인처럼 크기가 줄어들어 있다. 또 한편의 광고에선 해변가에서 선탠을 즐기는 여성의 벌거벗은 상체에 선탠 크림을 발라주는 남자들이 등장한다. 두 광고 모두 남성이 여성의 미묘한 부분을 건드리는 성적 코드를 활용함으로써 남자를 부리는 쾌감과 성적 쾌감을 교묘하게 병치시키고 있다. 남자가 성적 노리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극도로 축소된 남자를 통해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노리개란 손 안에 쥐고 흔들 수 있는 크기여야 하지 않던가.
성경 구절의 예에서 보았듯이 우리는 언어를 통해 문화의 구조를 밝힌다. 화석을 통해 당시 생물군의 양상을 그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현상을 통해 본질에 접근하는 이 같은 방법은 광고의 분석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쿠카이 광고의 이미지를 통해 우리는 역 차별을 통쾌하게 드러내는 페미니즘의 양상을 읽을 수 있다. 광고가 당대 문화를 판독케 하는 가장 기본적인 텍스트로 자리잡고 있다.
김 홍 탁
광고평론가·제일기획 크리에이티브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