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왕이면 국내 저자들이 펴낸 훌륭한 책이 나왔을 때 반가운 마음이 먼저 드는 것은 책이야말로 우리의 생각과 삶이 그래도 녹여진 1차적 문화상품이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물론 번역서가 많이 나오는 것을 탓할 수야 없겠지만, 이러한 현상 역시 우리 사회에 만연한, 외국 특히 미국이나 유럽선호에 따르는 게으름의 일면이기도 하다는 것 역시, 인정할 수 밖에 없으니까요.
1면에 소개된 ‘나를 부르는 숲’은 환경과 자연의 소중함, 삶에 대한 진지함을 절실하게 고민하게 해 준 책이지만 주인공은 미국의 전형적 중산층인 중년남자들입니다. 3면에 소개된 ‘페이퍼 로드’는 동양적 시각으로 본 문명교류사이긴 하지만 저자가 일본인입니다. 6면에 소개된 시련을 기회로 바꾼 주인공들도 미국인과 호주인입니다. 7면에 소개된 ‘출산과 육아의 풍속사’를 쓴 프랑스 저자들은 다름아닌 자신들의 육아방식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해 책을 썼습니다. 모두 울림이 큰 책들입니다.
하지만, 결국 우리에겐 그들의 고민을 다시 우리 것으로 체화해야 한다는 숙제가 남는군요. 우리의 삶이란 결국 남의 것이 아니라 온전히 ‘우리 것’이니까요.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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