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15세기 거장 '셋슈' 부활…최대규모 전시에 日열도 후끈

  • 입력 2002년 3월 18일 17시 58분


셋슈의 1486년작인 16m짜리 '산수장권(山水長卷)' (일본 국보) 중 일부
셋슈의 1486년작인 16m짜리 '산수장권(山水長卷)' (일본 국보) 중 일부

일본 열도에 ‘셋슈 열풍’이 거세다.

일본미술사에서 최고의 수묵화가로 꼽히는 15세기 셋슈 토오(雪舟等楊·1420∼1502·사진) 사망 500주년 기념전이 열리고 있는 교토(京都)의 교토국립박물관 특별전시관. 이곳 4개 전시실은 12일 개막 이래 말 그대로 발디딜 틈이 없을 만큼 인산인해다. 전시실 내부는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미술애호가들로 시장통을 방불할 정도. 전시장 입구쪽과 전시장 밖의 기념품 판매 코너도 성황이다. 교토박물관 관계자는 “매일 5000명이 전시장을 찾고 있는데 매우 드문 경우”라면서 “2002년 상반기 일본 미술계의 최대 이벤트는 단연 셋슈전”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열기를 반영하듯 일본 유수의 미술 월간지인 ‘예술신조(藝術新潮)’ 3월호는 80여쪽에 달하는 셋슈 특집을 마련했다. 단신을 제외하곤 모두 셋슈 관련 기사다. 월간지가 거의 전체를 한 작가의 특집으로 마련하기는 매우 이례적인 일.

셋슈는 일본 수묵화를 완성한 15세기 화가로 일본뿐 아니라 동양 최고의 화가로 추앙받는 사람. ‘일본 수묵화의 거인’ ‘화성’ ‘최고봉’ 등 그에 대한 찬사가 그치지않는다. 셋슈는 젊은 시절 교토에서 선(禪) 수행과 함께 수묵산수화 달마도 등을 그렸다. 40대 중반 중국에서 중국 수묵화를 접하고 돌아와 추상화풍 분위기가 강한 새로운 수묵화를 정립했다. 빠르고 강한 필치에 먹의 농담의 변화가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전문가들 사이에선 일본 최고를 넘어 동양 최고의 수묵화가로 꼽힌다.

이번 전시는 50년만에 열리는 셋슈의 전시인데다 그의 작품 전체가 총망라되는 첫 전시라는 점에서 특히 일본인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전시엔 산수화와 달마도, 글씨 등 국내외에 퍼져있는 그의 작품과 셋슈의 영향을 받은 중국화가들의 작품 등 120여점을 한데 모아 셋슈의 전모를 들여다볼 수 있도록 꾸몄다. 셋슈 전시 중 사상 최대 규모로, 일본 국보만 7점이 들어있다.

국보는 길이 16m의 대작 ‘산수장권(山水長卷)’, 추상화풍의 산수화인 ‘산수도’, ‘추동산수도(秋冬山水圖)’, ‘파묵산수도(破墨山水圖)’ 등. 전시장을 찾은 사람들은 대작 ‘산수장권’을 보기 위해 일렬로 늘어서 기다리는 번거로움을 마다하지 않는다. 한 관객은 그림을 보면서 “내가 언제 다시 셋슈의 그림을 보겠는가”라고 중얼거리기도 했다.

교토박물관 전시는 4월7일까지 계속되고 이어 4월23일부터는 도쿄국립박물관으로 자리를 옮겨 전시가 이어진다.

교토〓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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