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 그레이엄목사, 유대인비하 발언 들통

  • 입력 2002년 3월 18일 18시 00분


미국 기독교계의 거목인 빌리 그레이엄 목사(83)가 30년 전 유대인을 비하하는 발언을 한 사실이 밝혀져 곤욕을 치르고 있다.

미 국립문서보관소가 최근 공개한 녹음 테이프에 따르면 그레이엄 목사는 72년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과의 백악관 회동에서 좌파 유대인들이 언론을 장악하고 있다는 닉슨 전 대통령의 말에 맞장구치다가 “유대인은 포르노물을 발행하는 자들”이라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가 17일 전했다.

그레이엄 목사는 또 “내가 이스라엘에 대해 우호적이기 때문에 주변에 유대인들이 몰리지만 그들은 내가 그들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모른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유대인들은 그가 수십년 동안 유대인에 대한 반감을 숨긴 채 자신들을 속여 왔다며 발끈하고 있다.

파문이 확산되자 그레이엄 목사는 “나는 유대계에 대해 반감을 가진 적이 없다. 내가 백악관에서 말한 것과는 달리 그동안 유대계를 위해 행동해 온 것을 고려해달라”며 해명에 부심하고 있다. 그의 반 유대 발언은 닉슨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이었던 H R 할데만이 94년 발간한 자신의 비망록에서 폭로하기도 했으나 증거가 없었던 데다 그가 이를 전면 부인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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