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말 일본에서는 60세 여성의 출산이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고령출산의 위험을 무릅쓰고 미국에서 체외수정으로 임신에 성공해 아들을 낳은 것. 손자를 볼 나이에, 그것도 다른 사람의 난자를 빌려 무리하게 아이를 낳는 것에 대해 찬반이 분분했다.
그녀의 남편은 24세 연하인 중동출신 외국인. 그녀는 “사랑하는 사람의 아기를 낳는데 나이가 무슨 문제냐. 인생 80에 앞으로 20년동안은 아이와 남편을 위해 살수 있다”고 항변했다.
세계 제일의 ‘장수국’ 일본. 평균수명이 여자 84.62세, 남자 77.84세로 세계 최고를 자랑하고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전체의 17.4%나 된다. 2050년에는 수명이 여자 89.22세, 남자 80.95세로 늘어나고 고령인구가 35%에 이를 전망이다. 60세가 넘어도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아직도 피끓는 ‘청춘’이다.
아키타(秋田)현의 한 진료소가 이 지역 70세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더니 남성(153명)은 72%가 성욕을 느끼고 있으며 이중 57%가 바이아그라를 복용하고 싶다고 응답했다. 반면 여성(173명)은 16%만이 성욕이 있다고 응답해 남녀간 차이를 보였다.
그만큼 고령기 성 문제는 더 이상 금기사항도, 남의 일이 아니다. 고령화 시대를 맞아 일본 곳곳에서는 성 문제를 자연스럽게 논의하고 해결하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도쿄(東京)에 있는 한 특별양호 노인홈의 ‘신사클럽’. 이 클럽은 노인홈 회원들이 한달에 한번씩 포르노 영화를 보는 모임이다. 매번 15명 가량 참가하고 여자노인들도 적지 않다. 이 모임이 시작됐을 때는 찬반 양론이 팽팽했다. 그러나 요즘에는 모두들 “나이가 먹어도 성은 삶의 일부”라며 반가와한다. 특히 시설내 치매환자나 전신마비 노인들에게 효과적인 쇼크요법으로 이용되고 있다.
가나가와(神奈川)현의 한 노인홈은 입주자 중 남녀 노인의 동거를 적극 권장하고 있다. 지금까지 성사된 커플은 7쌍. 이 노인홈 시설장은 “혼자 생활하는 노인보다 파트너가 있는 노인들이 훨씬 젊고 즐겁게 살고 있다”며 “성은 노인들에게 삶의 활력을 일깨워주는 중요한 수단”이라고 강조한다.
도쿄〓이영이 특파원 yes20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