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놀이'로 우리 애가 밝아졌어요

  • 입력 2002년 3월 26일 15시 39분


본격적인 연극놀이에 앞서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로 즐겁게 몸을 풀고 있다
본격적인 연극놀이에 앞서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로 즐겁게 몸을 풀고 있다
“얼음성에 갇힌 공주를 구하러 가자. 그런데 높은 산이 있네. 어떻게 갈까?”(선생님)

10평 남짓한 방안에서 교재나 놀이기구 등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직 선생님과 10명의 6∼7세 아이들 뿐. 선생님의 질문이 떨어지기 무섭게 호기심 어린 눈망울을 굴리던 아이들이 앞다퉈 입을 열었다.

“난 밧줄을 타고 갈 거예요.”

“난 자동차를 타고 넘어 갈 거예요.”

“그래, 선생님이 탐험대장을 할테니 우리 모험을 해보자.”

선생님이 밧줄을 던지는 시늉을 하자 한 아이가 진짜 밧줄을 잡는 듯한 포즈를 취했다. 30분간 아이들은 땀을 뻘뻘 흘리며 선생님이 가상으로 설정해놓은 ‘공주 구하기’에 흠뻑 빠져든 모습이었다. 마치 진짜로 공주가 얼음성에 갇혀 있기나 한 듯….

21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크래다놀이학교의 ‘크리에이티브 드라마(연극 놀이)’의 교육장면이다. 밖에서 아이들이 떠들며 노는 모습을 지켜보는 엄마들은 “교재가 없으니 뭘 가르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이들이 많이 활달해져서 좋다”고 입을 모았다.

자녀들을 유치원 등에 처음으로 보낸 부모들에게 가장 가슴 아픈 장면은 뭘까. 아마도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구석에 홀로 떨어져 있거나 발표 차례가 주어졌을 때 쭈뼛거리며 고개를 숙이는 모습일 것이다.

사다리연극놀이연구소 김선 연구원은 “이런 아이들에게 놀면서 자기표현력과 창의력을 키워줄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가 연극놀이”라며 “대본없이 상황에 맞게 아이들의 반응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낸다는 것이 연극놀이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말했다.

연극놀이는 다양하게 응용이 가능하다. 먼저 동화를 읽어준 뒤 역할을 맡기고 각자 역할을 자유스럽게 표현하도록 하는 방법이 있다. 마녀의 역할을 맡은 한 아이가 바닥에 누워 끙끙대면서 “빗자루가 말을 안 들어요”한다든지 여우 역할을 맡은 아이가 한참을 뛰어다닌 후 “토끼를 쫓아 다니느라 힘들었어요”라는 예상치 못한 말을 하기도 한다.

크래다놀이연구소의 조은희 기획실장은 “아이들이 처음부터 자기의 느낌과 상상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은 아니다”며 “몸짓놀이, 그림놀이 등 ‘워밍업’ 놀이를 통해 아이들이 맘껏 뛰어놀게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입을 열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을 받는 10명의 아이 중에 대개 한두명은 처음에는 잘 적응을 못하고 구석에 앉아 자기만의 공간을 고집한다. 이들을 무리하게 교육에 참여시키는 것은 금물이라는 게 놀이교육 관계자들의 지적. 다양한 놀이 중에 분명 반응을 보이는 놀이가 있기 마련이고 이 놀이를 통해 자신감을 키워줄 때까지 참고 기다려야 한다는 것.

자녀의 발표력과 자기표현력을 키워주기 위해 구연동화와 스피치학원에 부모들이 몰리는 것과 달리 연극놀이는 지난해부터 서서히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연극놀이가 구연동화 등과 크게 다른 점은 대본을 외우지 않는다는 점과 어울려 함께 하는 수업이라는 점이다.

현재 연극놀이를 가르치는 곳은 사다리연극놀이연구소(02-499-3484), 크래다놀이학교(02-3675-5015), 어린이문화예술학교(02-725-4032) 문화향기(051-744-0360) 등 손에 꼽을 정도다. 직접 가르치기도 하고 백화점 문화센터, 청소년수련관, 삼성어린이박물관, 문예진흥원에 출장 수업을 나가기도 한다.

박현진기자 witness@donga.com

◆ 5~7세 어린이가 연극놀이를 배울 수 있는 곳

교육기관

교육장소

교육시간

수업료

비고

사다리연극놀이연구소
(02-499-3484)

삼성어린이박물관

10주 주당 1시간

10만원

정원 20명

문예진흥원(대학로)

15주 주당 1시간

20만원

정원20명,접수중

크래다놀이학교
(02-3675-5015)

압구정본원

3개월 주당 1시간

28만원

정원 8명

현대백화점본점문화센터 등
30여곳 문화센터

3개월 주당 1시간

8만원

정원 20명

어린이문화예술학교
(02-725-4032)

문화예술학교
(종로구 통인동)

20주 주당 1시간

20만원

정원 20명, 9월부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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