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놀 사람이 형밖에 없는 양 졸졸 따라다니는 동생과, 그런 동생을 떼어놓느라 고생인 형.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익숙한 풍경이다. 동생이라면 어리다고 자기를 무시하고 놀아 주지 않는 형을 보고 한번쯤 이런 바람을 가져볼 수도 있을 것이다. ‘아! 형을 장난감처럼 갖고 놀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유명한 연금술사 베데씨의 두 아들, 요릭과 찰스는 부모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리 사이좋은 형제가 아니다. 어느날 어린 찰스에게 이런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부모님이 여행을 떠난 사이에 요릭은 아버지의 말을 어기고 실험실에 들어가 이상한 약을 만들어 먹고 장난감처럼 작아진다. 잘한 게 뭐 있다고 ‘날 떨어뜨리면 안 돼. 이 멍청아!’하고 동생을 을러대는 요릭. 그러나 찰스는 꼬맹이가 된 형이 이제 자기와 놀 수밖에 없어서 무척 기쁠 뿐이다. 찰스는 장난감만해진 형을 위해 장난감 집을 짓고 소꿉장난하듯 식사도 마련해 주다보니 흥얼흥얼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그런데 아버지가 오시기 전에 예전 모습을 되찾아야 한다고 발을 동동 구르는 형 앞에서 급한 줄 모르던 찰스도 불안해진다. 고작 우박에 목숨까지 위협받는 형을 그대로 둬서는 안되겠다 싶어진 것이다. 연금술도 모르면서 형을 구할 약을 만들기 위해 시도해보지만 그것도 뜻대로 되지 않는다. 다시 커지지 않을까봐 걱정하는 형에게, 이제 찰스는 위로도 할 줄 안다. 나중에 커서 아내가 좋아하든 싫어하든 꼭 평생 돌봐 주겠노라고 약속한다.
아버지가 돌아오시고, 우여곡절 끝에 제 모습을 되찾은 요릭과 좀 어른스러워진 찰스는 이제 진심으로 서로에게 고마움을 느끼게 된다. 그래도 애들은 애들이다. 사이가 좋은 것도 ‘싸울 때만 빼고’ 가능한 일이니까.
윌리엄 스타이그는 영화로도 만들어진 ‘슈렉’의 작가. ‘부루퉁한 스핑키’(비룡소 출간) 등의 동화로도 국내에 널리 알려져 있다. 뛰어난 이야기 구성력을 함께 갖춘 세계적인 일러스트레이터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 있다.
송평인기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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