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여성들의 진짜 리더십 "포근한 엄마품처럼…"

  • 입력 2002년 3월 28일 15시 24분


'여성 리더십 인증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는 이화여대의 '리더십 훈련' 수업현장
'여성 리더십 인증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는
이화여대의 '리더십 훈련' 수업현장
카리스마, 리더십, CEO, 남성들 위에 군림하는 최고(最高)의 여성….

역설적이지만 훌륭한 여성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이같은 단어들을 잊어야 한다. 진짜 리더십은 자기반성, 대인관계, 시간관리, 봉사활동 등에서 비롯된다. 이는 이화여대에서 ‘리더십 훈련’ 과목을 수강하고 있는 학생들이 진정한 리더십의 덕목으로 배우는 것들이다.

이화여대는 지난해부터 리더십을 갖춘 여성인력을 개발하기 위해 ‘이화 리더십 인증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리더십훈련Ⅰ·Ⅱ, 사회봉사Ⅰ·Ⅱ에서 6학점을 취득하고 별도의 ‘리더십 체험보고서’를 제출하면 졸업장에 총장 명의로 학생이 일정 수준 이상의 리더십을 갖고 있음을 ‘공인’해 준다.

‘리더십 훈련’과목은 남보다는 자신을 더 채찍질하자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충격이었습니다. ‘미래의 계획표’를 만들어 본 적은 많아도 ‘과거의 시간표’를 되새겨 본 적은 없었거든요.”

수강생 김경주씨(21·시각디자인과 2년)는 “이것저것 많이 하고 다니는 줄 알았는데, 수업 듣고 밥 먹은 것 빼면 할 일 없이 빈둥대던 시간이 제일 많았어요. 1주일 동안을 반복해도 변함이 없더군요. 내 자신이 더 부지런해지도록 ‘리드’해야겠다고 각성했습니다”라며 ‘셀프 리더십’ 과목을 배운 소감을 밝혔다.

‘모성 리더십’도 학생들이 배워가는 분야다. 장차 조직의 장(長)으로 일할 때 요긴하게 써먹을 수 있는 내용이다. 전수경씨(23·정치외교학과 3년)는 “엄부(嚴父)의 카리스마 보다는 자모(慈母)의 자애로움이 서로 다른 개성을 지닌 조직원들과의 ‘맨투맨 커뮤니케이션’에서 위력을 발휘한다는 사실을 배웠다. 여성의 여성다움이 얼마든지 리더십으로 승화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봉사활동’과목에서는 노인복지단체 같은 NGO에서의 봉사활동을 통해 ‘섬기는 리더십’을 배운다. 학생들은 이 과목에서 ‘리더십은 서비스’라는 자세를 몸에 익힌다. 리더십 인증 프로그램과는 별도로 이화여대는 ‘여성리더십의 발달’ 과목을 개설, 지난 주에는 미국의 러트거스대 여학생들을 공식 초청해 함께 토론수업을 하기도 했다.

‘리더십훈련’ 과목을 강의하고 있는 강혜련 교수(경영학과)는 “고급여성인력조차도 조직에서는 ‘영어와 컴퓨터만 잘 한다’ ‘자기 할 일만 하고 남의 일은 도와주지 않는다’는 남성 동료들의 선입견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며 “축구 같은 팀 스포츠를 즐기거나 군대 등의 강제적인 조직생활에 익숙하지 않아서일 뿐 여성들도 교육받기에 따라 얼마든지 훌륭한 조직원, 리더가 될 수 있음을 가르치고 있다”고 밝혔다.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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