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핀란드 테이블웨어 공예 특별전

  • 입력 2002년 3월 28일 15시 24분


단순하고 우아한 곡선의 목공예품이 중심이 된 핀란드 테이블웨어
단순하고 우아한 곡선의 목공예품이 중심이 된 핀란드 테이블웨어

북구의 저녁 식탁은 어떤 모습일까?

겨울과 밤이 긴 그 나라들의 기후처럼 음울하고 무채색인 식탁을 연상한다면 큰 오해다.

다채로운 색감, 기능적인 디자인으로 만들어진 북구의 식탁용 인테리어 소품들은 구미에서도 주부들이 손꼽아 갖고 싶어하는 아이템들이다.

이 북구의 테이블웨어를 한눈에 구경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국내 100여개 인테리어 관련 회사들이 가구와 인테리어용 소품 등의 최신 트렌드를 선보이는 2002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서 테이블웨어 중심의 ‘핀란드 특별전’이 열리는 것. 전시는 29일부터 4월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1층 태평양관.

응용미술가들 사이에 핀란드는 디자인 강국으로 통한다. 실용적인 디자인으로 세계적 지명도를 얻고 있는 휴대전화 회사 노키아가 핀란드의 대표적 회사다.

이미 19세기 핀란드의 정치가이자 철학자 J V 스넬멘은 “작은 나라의 힘은 문화에서 나온다. 문화가 소국(小國) 발전의 유일한 수단이다”라고 국민에게 역설했다.

특별전을 기획한 큐레이터 안애경씨는 “핀란드의 초등학교마다 교과 과정에 공예교육이 들어있으며 작은 마을들마다 공예를 가르치는 ‘기술디자인협회’가 세워져 있다”고 소개했다.

(왼쪽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유리병-크리스티나 코르펠라作, 머그잔-사미린네作, 접시-할로넨과 수발라作, 접시 겸 도마-할로넨과 수빌라作, 의자-파시 판카라이넨作, 종이끈 카펫-한나 코르벨라作

또한 응용미술에 치중하는 ‘디자이너(designer)’와 본격예술에 치중하는 ‘아티스트(artist)’의 구분이 없을 정도로 응용미술이 보편화돼 있다. 이같은 과정에는 1875년 세워진 핀란드 기술디자인협회(FSCD)가 큰 역할을 했다.

성급하게 유행을 타지 않고 항상 전통과 현대성을 접목시켜 나가는 것이 핀란드 공예의 특성. 특히 천혜의 자연조건을 바탕으로 우아하고 간결한 선을 위주로 한 목공예, 종이 공예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

한반도 1.5배 넓이의 국토에 517만명이 사는 핀란드는 국토의 75%가 삼림인 ‘나무의 나라’다.

숲들 사이에 19만개의 호수들이 산재한 ‘물의 나라’이며 여름철 두달 이상 해가 지지 않는 ‘백야의 나라’이기도 하다. 자작나무 백양나무 오리나무 참피나무 등이 바다 위의 파도처럼 즐비하다. 충분한 시간을 두어 찌고 말린 목재의 내구성이 다양한 목공예를 가능하게 한다.

이번 핀란드 특별전에 출품된 작품들은 나무 종이 유리 등을 컬러풀하게 재창작한 접시 도마 머그 등이다.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면서도 환경친화적이고 부드러운 핀란드 공예 디자인의 특성을 잘 드러낸다.

검은 테를 두른 둥근 나무접시는 질감이 부드럽다. 매끄러운 방수처리를 해 실용성도 떨어지지 않는다. 큰 접시부터 작은 접시까지 네댓벌이 한 세트이며 큰 접시 위에 아귀가 딱 맞게 차곡차곡 쌓을 수 있어 옮기기에 편하다.

개인 접시는 큰 접시에서 덜어온 고기나 야채 등을 먹기 좋게 자를 수 있도록 1인용 도마 기능까지 겸하게 만들어졌다. 직사각형과 둥근 모양 2가지가 전시된다.

(왼쪽부터) 초-아호넨作, 합-할로넨과 수발라作

상판에 스테인리스를 댄 직사각형 모양 접시는 고급 합판을 12겹 붙여 만들어졌다. 둥근 모양의 도마에는 양쪽에 동그란 손잡이를 붙여 앞뒤로 뒤집어 가며 쓸 수 있도록 만들었다. 한쪽에는 마늘 등 냄새가 진한 것을, 다른 한쪽은 냄새가 나지 않는 것을 먹을 때 쓸 수 있다.

식탁용 램프의 갓은 흰 종이로 만들었다. 종이 갓은 분위기에 따라 무늬와 색깔이 다른 것으로 교체할 수 있다.

겨울밤이 최대 18시간까지 계속되는 핀란드에서는 전기 조명 대신 촛불도 무드 있는 조명으로 선호된다. 초들은 스타일이 대단히 다채로우며, 특수처리를 해 촛농이 발생하지 않는다.

테이블 매트는 종이끈들을 손으로 직조한 것이다.

꿀 참기름 간장 등을 담을 수 있는 특이한 스타일의 유리병들도 선보인다. 바닥에 평평히 세워둘 수 없지만 조리대 가까이 벽에 실이나 낚시끈 등으로 매어두거나, 유리병이 꽂힐 수 있도록 구멍이 파인 나무 받침대에 끼워놓을 수 있다. 이번 전시에는 종이끈과 면으로 만들어진 핸드 메이드 카펫도 전시된다. 먼지가 배지 않는 장점이 있다. 소파 도자기 등도 볼 수 있다.

한편 4월1일 오전 10시반과 오후 2시부터 1시간반씩 세미나 ‘핀란드 디자인의 정신적 근원’이 코엑스 세미나실 402호에서 열린다.

권기태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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