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은 따르는 편이었다. 그 중 몇 명과는 연애 비슷한 것도 해 봤다. 한꺼번에 여러 명의 여자와 번갈아 가며 데이트한 적도 있었다. 덕분에 친구들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바람둥이란 낙인이 찍힌 지도 오래였다. 그러나 그가 진짜 원한 것은 그런 게 아니었다. 정말 맘에 꼭 드는 좋은 여자를 만나 자신의 전부를 내 줘도 좋을 그런 사랑을 해보고 싶었다.
문제는 이제까지 한번도 그럴만한 상대를 만나보지 못했다는 거였다. 누구는 이런 면이, 누구는 저런 면이 마음에 안 들었다. 마음이 기울었다가도 싫은 면이 조금이라도 발견되면 거짓말처럼 그동안의 모든 감정이 휘발됐다. 그런데도 진짜 사랑을 해보고 싶다는 열망은 조금도 수그러들지 않고, 반면에 그럴 가능성은 점점 사그라지니 비감할 수밖에.
문제의 원인은 그의 완벽주의였다. 자기에게 어울리는 완벽한 여자와 완벽한 사랑을 꿈꾸는 한, 그의 연애는 계속해서 지리멸렬할 게 뻔했다. 부정적인 가치관도 한몫했다. 세상에 믿을 만한 사람은 없다는 것, 여자 역시 그럴 만한 상대는 못된다는 생각이 그의 무의식을 지배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세상에 계속 사귀어도 미워 보이는 구석이 없고, 처음의 좋은 감정이 끝까지 지속되는 관계란 없다. 더구나 남자 여자 사이에? 그건 정말 어림도 없는 주문 아니던가. 하루에 열두번도 더 천국과 지옥을 오가게 만드는 게 연애감정이란 건데, 그걸 마다하는 이상 어떻게 진짜 사랑을 꿈꿀 수 있을까?
요즘 결혼시즌이 다가오면서 의외로 결혼은커녕 연애 한번 못해봤다고 하소연하는 청춘남녀들이 많다. 그런데 잠깐만 얘길 들어봐도 그들 중 대부분이 지나치게 완벽한 상대를 꿈꾸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러다가 갑자기 자신이 나이를 먹어간다는 걸 깨닫고 화들짝 놀랐을 땐 이미 누군가의 말처럼 ‘천 한 가지 가능성 중에서 천 가지 가능성이 이미 사라져 버린’ 서른 고비를 넘기고 마는 것이다.
그나마 한 가지 가능성이 남아 있는 게 천만다행이지만…. 그걸 깨닫는 사람만이 진정한 연애나 결혼에 이르는 게 아닐까.
www.mind-open.co.kr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