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미국 대중음악계에서 ‘블랙 파워’는 1990년대 이후 그리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요즘 대중 음악을 주도하는 것은 단연 ‘블랙 뮤직’이다.
신나는 댄스 음악은 힙합이고, 부드러운 발라드는 R&B(리듬 앤 블루스)다. 또 강렬한 하드코어에는 랩이 섞여 있고, 첨단의 테크노에는 힙합 스크래치가 녹아 있다. 흑인 음악은 소외된 음악이라는 꼬리표를 뗀 지 오래이고 이제는 팝계를 호령하는 위치까지 올라섰다.
이런 ‘블랙 뮤직 돌풍’의 후원자 역할을 해온 솔(Soul) 트레인 음악 시상식이 최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렸다. 올해로 16회를 맞이한 솔 트레인 시상식은 R&B 솔 힙합 랩 고스펠 등 여러 부문에서 한해동안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친 흑인 음악인들을 선정하는 블랙 뮤직 페스티벌이다.
국내에도 AFN을 통해 주말마다 전파를 탔던 인기 흑인 댄스 음악 프로 ‘솔 트레인’의 제작자 돈 코넬리우스가 제정한 것으로 ‘흑인의, 흑인에 의한, 흑인을 위한 음악’을 모토로 삼고 있다.
이번 시상식의 주인공은 ‘올해의 여성 엔터테이너’를 포함해 3개 부문의 트로피를 거머쥔 신예 R&B 가수 앨리셔 키스(21·사진). 지난달 열렸던 그래미 시상식에서 ‘올해의 노래’, ‘올해의 신인’ 등 다섯 개 부문을 휩쓸며 ‘그래미의 여왕’으로 떠오른 터라 그의 수상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노장 그룹 ‘아이슬리 브라더스(Isley Brothers)’는 ‘최우수 남성 R&B/솔 싱글’ 등 2개 부문을 받았고, 지난해 비행기 사고로 사망한 여가수 알리야(Aaliyah)는 ‘최우수 여성 R&B/솔 싱글’ 상을 탔다.
안재필 팝평론가 rocksacrifice@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