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푸를 청雲-구름辯-말잘할 변 客-손 객宰-재상 재 謝-빌 사
‘靑雲’은 글자 그대로 ‘푸른 구름’으로 신선이 天國(천국)을 오를 때 타고 다닌다는 귀한 구름이다. 까마득히 하늘 꼭대기까지 오를 수 있는 구름이었으므로 후에 오면 높은 官職(관직)에 오르는 것, 곧 出世(출세)를 뜻하게 되었다.
중국의 고전을 읽다 보면 때로 생동감 나는 인물묘사나 극적인 반전에 무릎을 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 점에서 史記는 대표적이다.
范Q(범수)는 전국시대 魏(위)의 達辯家(달변가)였다. 뜻을 펴지 못하고 大夫 須賈(수가)의 食客(식객)으로 있던 차에 한 번은 그를 따라 齊(제)나라에 使臣으로 가게 되었다. 齊에 도착하자 그의 재능을 알아차린 齊王이 뇌물을 가지고 와 은밀히 內通을 요구했지만 거절했다. 그는 즉시 이 사실을 수가에게 알렸다.
그러나 수가는 태도를 돌변해 귀국한 뒤 宰相(재상) 魏齊(위제)에게 거짓 고자질했다. 격분한 魏齊는 그를 초주검이 되도록 팼다. 그리고는 기절해 있는 그를 거적에 둘둘 말아 변소에 버리고는 오줌을 누도록 했다. 范Q는 며칠 간 기절해 있다가 정신을 차렸다.
“여보시오. 나를 좀 살려 주시오. 은혜는 잊지 않고 갚을 것이오.”
마침내 감시병의 도움으로 몰래 탈출한 그는 변장하고 이름도 張祿(장록)으로 바꾸었다. 후에 그는 秦의 사신 王稽(왕계)가 魏에 온 틈을 타 몰래 그를 따라 그야말로 ‘靑雲의 꿈’을 안고 秦으로 가 마침내 昭王(소왕)의 宰相에 오른다. 하지만 張祿이라는 이름을 사용했으므로 魏에서는 그가 이미 죽은 줄로만 알고 있었다.
나중에 秦의 위협에 魏가 須賈를 사신으로 보내오게 되었다. 이 때 재상이었던 范Q는 거지로 변장하고 須賈를 만났다. 須賈는 깜짝 놀랐다. 가엾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여 솜옷을 한 벌 주면서 말했다.
“듣자 하니 秦에서는 張祿이 실세라던데 이번에 내가 성공하느냐의 여부는 그를 만나는데 있소. 혹 능력이 있으면 주선 좀 해 줄 수 있을런지….”
이리하여 張祿을 만나러 간 須賈는 그가 바로 范Q라는 사실을 알고 털썩 주저앉았다. 須賈는 웃통을 벗은 채 무릎걸음으로 기어가서 謝罪(사죄)했다.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상군께서 이토록 靑雲의 위에까지 오르실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습니다. 처분을 바랄 따름입니다.”
범수는 그의 손을 뒤로 묶은 채 소의 여물을 먹게 했다. 그러나 솜옷 한 벌을 주었던 마음을 생각해 목숨만은 건질 수 있도록 했다. 물론 魏齊의 목은 달아났다.
鄭 錫 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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