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한국 교회 양성 중국인 사제 탄생

  • 입력 2002년 3월 29일 10시 59분


왕젠궁 부제(왼쪽)와 리둥 부제
왕젠궁 부제(왼쪽)와 리둥 부제
한국 가톨릭 교회가 양성한 최초의 중국인 사제가 탄생한다.

주인공은 중국 출신의 리둥(李冬·중국 텐진교구), 왕젠궁(王建功·산시성 타이위앤 교구) 부제(副祭).

나란히 30세인 이들은 중국 베이징 신철학원(神哲學院) 신학생으로 3년간 서울 혜화동 가톨릭대 신학과정에서 공부했고 지난해 7월 서울대교구에서 부제 서품을 받은 바 있다.

리둥 부제와 왕젠궁 부제는 각각 6월 중국 텐진교구 성요셉 주교좌 성당과 8월 산시성 타이위앤교구 해방로 주교좌성당에서 사제 서품식을 갖는다.

한국 가톨릭 신자들의 도움으로 중국 지린(吉林)성 지린신학교 출신의 조선족 사제가 탄생한 적은 있지만 중국인 사제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두 사제의 탄생은 한국과 중국의 가톨릭 교류사를 감안할 때 큰 의의가 있다. 200여년 전 중국을 통해 신앙을 받아들인 한국 가톨릭이 ‘받는 교회’ 에서 ‘나누는 교회’ 가 됐다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 한국 최초의 신부인 김대건 신부는 부제였던 1845년 중국으로 건너가 페레올 주교를 통해 사제 서품을 받은 바 있다.

특히 왕젠궁 부제의 사제 서품일이 김대건 신부와 같은 8월17일로 예정돼 있다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이 서품식은 양국 교회 관계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치러질 예정이며 한중 교회사의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교구의 한 관계자는 “외국 신학생이 한국에 와서 공부하는 수준을 넘어 사제 서품으로 완결된 것은 이번이 처음” 이라며 “200여년 전통을 지닌 한국 가톨릭이 거듭나는 계기가 될 것” 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사제 서품을 받기까지 한국 가톨릭계의 여러 후원이 밑거름이 됐다. 서울대교구로부터 이들의 유학에 관한 사항을 위임받은 ‘한국순교자현양위원회’ 는 ‘김대건 성인 장학회’ 를 통해 이들에게 총 4600여만원에 이르는 장학금을 지급했다.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가 여러 행적적인 지원을 했고 서울 여의도 본당과 해방촌 본당에서 숙식을 제공해왔다.

두 부제는 “한국 교회와 신자들에게 감사한다” 면서 “사제 서품 뒤 첫 미사를 한국 교회와 신자들에게 봉헌하겠다” 고 밝혔다.

한국순교자현양위원회는 두 부제의 서품 행사 참가단을 모집해 사제 탄생의 기쁨을 함께 나눈다. 두 부제의 중국 귀환을 앞두고 6월5일 서울 합정동 절두산 순교성지에서 환송미사도 열린다. 참가단 문의는 02-727-2527

김갑식기자 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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