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아홉 살 여류기사 박지은 3단이 도쿄에서 개막된 제1회 도요타·덴소배 32강 1회전에서 현 일본 명인(名人) 요다 노리모토(依田紀基) 9단을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일본바둑계가 경악의 도가니에 빠질 만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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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지은은 누구? |
<장면도> 흑1을 둘 때만 해도 일본의 명인은 세계무대에 처음 데뷔하는 이 한국의 소녀기사를 얕보았음에 틀림없다. 당연히 백 ‘가’로 꼬리를 내리리라 여겼을 테고 그러면 흑2에 막겠다는 속셈이었다. 그런데 이것 봐라,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백2로 당차게 덤벼드네…. 그렇다면 흑3, 어디 한번 맛 좀 보여줄까…. 이때 요다 9단의 트레이드마크인 ‘장작패는 타법’으로 반상에 백4가 힘차게 착점되었고, 명인의 표정엔 당황하는 빛이 역력했다.
백8까지 진행되자 백은 하변의 세력과 자연스레 연결된 반면, 흑은 차단에 나선 석 점이 졸지에 곤마 신세로 몰렸다.
<참고도1>의 백1엔 흑2로 서는 것이 일감이긴 하나 이때는 백3·5가 준비된 강타여서 11까지 흑이 떨어진다. 다만 <참고도2>처럼 타협하는 수는 있었다. 그러나 요다 9단은 <장면도> 흑7로 실리를 밝혔고 백8의 호구를 허용하는 순간부터 반상 여전사의 호된 공격에 혼비백산해야 했다. 214수 끝, 백 불계승.
<정용진/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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