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는 스테디셀러]순수의 여정 '호밀밭의 파수꾼'

  • 입력 2002년 3월 29일 17시 13분


호밀밭의 파수꾼/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지음/285쪽 7000원 민음사

‘데미안’ ‘어린왕자’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는 10대들의 필독서로 수십년동안 사랑받은 ‘성장소설’이다. 하나 더 추가하자면 ‘호밀밭의 파수꾼’(The Catcher in the Rye)을 들 수 있다. 한 청소년이 퇴학처분을 받은 후 집에 돌아가기까지 2박 3일 동안의 여정을 담은 이 책은 90년대 들어 ‘민음사’ ‘문예출판사’ ‘문학사상사’ ‘소담’ 등 11개 출판사에서 출간된 상태.

미국에서 1951년 출간된 이 책은 지금도 해마다 30만권 이상이 팔리고 있고 도서관 대여순위에서도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국내에서 ‘호밀밭…’은 1960년대 초 아동문학가 유경환 선생이 평화출판사에서 번역 출간했으나 거의 알려지지 않은 채 사장됐다. 문예출판사가 1985년 재발간 한 후에도 별 반응을 얻지 못하다 지난해 샐린저를 모델로 한 영화 ‘파인딩 포레스터’가 개봉되면서 한 해동안 총 10만부가 넘는 판매(전체 출판사 통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 책이 좋은 반응을 얻은 이유는 ‘참을 수 없는 젊음’을 분출하는 10대의 모습이 공감을 얻기 때문. 저자는 누구나 사춘기를 관통하는 청소년기가 불안정하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또 희망이 없는 세상에도 순수라는 것이 남아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주인공 홀든 콜필드는 지독한 문제아. 그는 고교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네 번이나 퇴학 당한다. 성적 불량이라는 이유로 학교에서 쫓겨난 홀든은 방황을 거듭한다. 하지만 그의 목적없는 질주는 성년으로 거듭나는 ‘성인식’의 과정으로 보인다.

1919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난 저자는 1951년 이 책으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지만 지금까지 은둔 생활을 하고 있다. ‘호밀밭…’ 출간 50주년을 맞아 세계문학전집 형식으로 재출간한 민음사 편집부 권선희 팀장은 “‘호밀밭…’은 성장소설인 동시에 1960∼1970년대의 반전, 히피 문화를 투영한 의미있는 작품”이라며 “지난해 출간 당시 저자가 책 안에 서평이나 리뷰를 일체 넣지 말라고 직접 요구했을 정도로 꼼꼼했다”고 말했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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