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존하는 최고의 극작가 중 한명인 아서 밀러의 연극 ‘크루서블(The Crucible·시련)’이 던지는 화두다. 이 작품은 1950년 미국 공화당 매카시 상원의원이 반대파를 공산주의자로 몰아 이념 공세를 펼쳤던 ‘매카시즘(McCarthyism)’ 열풍을 풍자하고 있다.
‘크루서블’은 1953년 미국 브로드웨이 마틴 벡 극장에서 초연된 이래 197회의 공연 기록을 세우며 화제가 됐다. 억압적인 정치 이념이나 비이성적인 집단폭력을 추구하는 집단을 악(惡)으로 규정하는 내용이 ‘시대 분위기에 정면으로 도전했다’는 평가를 받은 것.
이 ‘크루서블’이 서울시극단에 의해 각색돼 30일부터 4월13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소극장에서 공연된다. 화수목 오후 7시반, 금토 오후 3시 7시반, 일 오후 3시(월 공연 없음). 1만∼2만원. 02-399-1512∼4, 1588-7890.
미국 매사추세츠주의 세일럼이라는 작은 마을. 비밀리에 악령을 부르는 의식을 준비하다 목사에게 발각된 소녀들은 악령이 나타났다고 거짓 증언을 한다. 이때부터 목사와 지주를 중심으로 마을 사람들에 대한 심문이 시작된다.
이른바 ‘마녀사냥’이다.
선량한 주민들은 소녀들이 지어낸 주장으로 인해 가진자들의 폭력에 땅과 아내를 빼앗긴다. 신과 악마라는 이분법적인 구분으로 ‘악마의 추종자’로 낙인찍히는 약자들은 권력의 횡포에 시달리는 오늘날 서민의 모습과 닮아 있다.
연출자 윤영선씨는 “거짓과 위선으로 뒤덮인 이 시대에 어떤 선택을 해야 하고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물음을 던지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 서교동 산울림 소극장에서 공연 중인 ‘쉬쉬쉬-잇!’도 1970년대 ‘유신정권의 억압’을 신혼부부에게 찾아온 이유없는 폭력으로 은유했다는 점에서 ‘크루서블’과 비교해볼 만하다.
황태훈기자 beetlez@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