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從 心(종심)

  • 입력 2002년 3월 31일 18시 14분


從 心(종심)

從-따를 종 貧-가난할 빈 絶-끊어질 절

狗-개 구 逆-거스를 역 壽-목숨 수

孔子(공자)는 매우 불행한 삶을 살았던 사람이다. 貧寒(빈한)한 가정에, 그것도 세 번째 첩의 아들로 태어났는데 아버지 叔梁紇(숙량흘)과 어머니 顔徵在(안징재)는 미쳐 婚禮(혼례)도 올리지 않고 동거부터 하여 孔子를 낳았다. 이를 두고 司馬遷(사마천)은 史記(사기)에서 ‘野合’(야합)이라고 표현했다.

출생후의 생활도 순탄치 않았다. 3세 때 아버지가, 17세 때 어머니가 각각 돌아가셨다. 그 뿐인가. 아내와 사별하고 아들 鯉(리)와 수제자 顔淵(안연)이 먼저 죽어 나가는 것을 보아야 했으니 인생이 이보다 더 비참할 수가 있을까.

평생 꿈이었던 從政(종정·정치참여) 또한 여의치 못해 나이 56세에 14년의 列國周遊(열국주유)에 나섰지만 때로 絶糧(절량·양식이 끊겨)으로 아사직전까지 갔는가 하면 도둑으로 몰려 곤경에 처하기도 했고 몰골이 하도 초라해 ‘喪家之狗’(상가지구·상가집 개)라는 비아냥까지 들어야 했다. 하지만 고생만 실컷 하고 일흔 가까운 나이에 귀국하지만 몸은 이미 늙어 있었다. 결국 그는 자신의 이상을 제대로 실현해 보지도 못한 채 5년 뒤에 죽고 만다. 그는 철저하게 ‘실패한’ 정치인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그는 逆境(역경)에 굴하지 않고 오히려 끊임없는 자기수양과 성찰, 그리고 학문연마를 통해 凡人으로서는 이를 수 없는 완벽한 인격을 이룸으로써 聖人(성인)으로 추앙 받는다. 한 번은 제자들을 불러 놓고 자신의 인격수양 과정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었다.

“내 나이 열 다섯에 학문에 뜻을 두고(吾十有五而志于學), 서른에 서고(三十而立), 마흔에 유혹에 빠지지 않게 되었다(四十而不惑). 그리고 쉰에 천명을 알고(五十而知天命), 예순에 남의 말을 분별할 수 있게 되었으며(六十而耳順), 일흔에 하고 싶은 바를 좇되 법도를 넘지 않았느니라(七十而從心所欲, 不踰矩).’

여기에서 志學(15세), 而立(30세), 不惑(40세), 知天命(50세), 耳順(60세), 從心(70세)은 모두 나이를 뜻하게 되었다.

‘從心’(마음내키는 대로 행동함)은 杜甫(두보)가 말한 古稀(고희)와 함께 나이 ‘일흔’을 뜻한다. 옛날에는 일흔까지 長壽(장수)하는 사람이 무척 드물었다고 하여 나온 말이다. 다 같은 70세를 杜甫가 물리적인 측면에서 보았다면 孔子는 정신적인 측면에서 보았다. 從心, 물론 그것은 孔子 같은 聖人들이나 이를 수 있는 境地(경지)일 것이다.

鄭 錫 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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