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리 곁에 너무나 가까이 있어 오히려 모르는 것이 많은 신문. 신문의 궁금증을 풀기 위해 ‘동아일보’를 전격 인터뷰했다.
-‘동아일보’란 이름은 누가 지었나요?
“신문계의 원로이자 동아일보 창간시 편집감독(현재 상임 고문에 해당)으로 참여했던 유근(柳瑾) 선생이 지어주셨죠. 우리나라가 앞으로 발전하려면 시야를 크게 잡아 동아(東亞)를 무대로 활동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동아는 넓게는 중국과 일본 등을 모두 지칭했고, 좁게는 ‘동(東)’자체가 조선의 영토를 가리킵니다. ‘동아는 곧 조선이요, 조선은 곧 동아로 통함’을 강조하는 이중 의미랍니다. 영어로는 ‘The Dong-a Ilbo Daily’가 공식 명칭이죠.”
-1면에 씌어있는 東亞日報라는 한자 제호는 누구의 글씨죠?
“당나라 안진경(顔眞卿)의 서체와 송나라 황정견(黃庭堅)의 행서를 익힌 뒤 우리나라에서 웅장한 필체로 이름을 떨친 서도가 성당 김돈희(惺堂 金敦熙·1871∼1936) 선생의 글씨입니다.”
-생년월일은?
“1920년 4월 1일 경성(지금 서울)에서 태어났습니다. 한국 최초의 신문인 한성순보(1883년)가 창간된 지 37년만이었죠. 나이는 만으로 여든 두 살입니다만, 감각은 ‘영원한 청년’이죠.”
-키와 몸무게는….
“신문 한 면은 가로 39.4㎝, 세로 54.6㎝입니다. 무게는 하루 56면을 기준으로 하면 잉크와 인쇄 때 첨가되는 수분까지 합쳐 280g이죠. 라면 2개 정도 무게라고 보면 됩니다.”기술의 발달 덕분에 신문 용지는 점점 가벼워지고 얇아지는 추세다. 70년대 신문은 신문 용지 1m의 무게가 54g이었는데 비해 요즘은 46g. 두께도 70년대에는 0.0075㎜였지만 지금은0.0064∼0.0066mm다.
-최근들어 얼굴 빛이 환하고 피부가 좋아지신 것 같습니다.
“역시 눈밝은 독자라 다르시군요(웃음). 사실 6개월 전부터 용지를 고급화했지요. 옷으로 치면 다림질을 한번 더 한 셈이죠. 또 전체적으로 지면을 더 환하게 했습니다.”
-하루에 사용되는 신문 용지는 얼마나 됩니까.
“56면을 기준으로 하면 하루 평균 570t이나 됩니다. 이를 한 장으로 쭉 펼쳐 놓으면 7829.5㎞가 되는 데 서울과 부산을 9회 왕복하고도 남는 거리지요.”
-동아일보를 자세히 보면 신문 상단에 서너 개의 송곳 자국 같은 작은 구멍이 있습니다.
“폭넓은 두루마리 용지를 신문 크기로 나누어 접는 과정에서 ‘기계 바늘’에 찍힌 자국이지요. 이 밖에도 신문 가장 자리에는 눌린 자국과 톱니 자국도 있습니다. 눌린 자국은 여러 장의 종이를 끌고 올 때 사용되는 원형 롤러에 눌린 자국이고, 있는 톱니 자국은 톱니 모양의 칼날에 용지가 잘릴 때 생긴 것입니다.” 그러면서 “독자들에게 조금이라도 빨리 가려는 과정에서 생긴 흔적이니 예쁘게 봐달라”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제호 옆에 있는 초록색의 상징물인 뭔가요?
“사장(社章)인데요, 각각 4개의 ‘東’자와 ‘亞’자가 팔방으로 배열되어 동아일보가 사방팔방으로 뻗어나가라는 뜻입니다.”
-오늘자(1일자) 신문을 보면 사장 밑에 ‘제25098호’라고 씌어 있는데 이건 뭡니까?
“지령(紙齡)입니다. 창간호가 제1호이고 매일 나오는 신문마다 1씩 더해집니다. 25098호라는 것은 2만5098일 동안 신문이 발간됐다는 뜻이죠. 일제강점기에 정간과 강제 폐간됐던 기간이 짧지 않은 데다 신문이 나오지 않는 휴간일은 계산에서 빠지므로 정확히 창간 때부터 현재까지의 일수하고는 다른 개념입니다.”
-지령 옆에 5판이라고 씌어 있는데….
“막 인쇄된 따끈따끈한 신문을 보셨군요. 그건 ‘판수’라고 하는 겁니다. 신문은 새 뉴스가 들어올 때마다 밤새 수 차례 지면을 바꾸는데 새로 찍을 때마다 ‘판수’를 기록합니다. 5판, 40판, 41판, 45판, 50판이 있는데 ‘판수’의 기록방식은 신문사마다 다르죠. 서울과 수도권 일대의 가정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동아일보의 판수는 45판입니다.기본적으로 판수는 지방에 멀리 떨어져 있는 독자들에게 제시간에 배달하기 위한 것이지 본질적인 정보에는 별 차이가 없습니다.”
-신문에는 하루에 기사가 몇 건이나 실리죠?
“220∼230건쯤 됩니다. 글자수로는 16만∼18만자죠.”
-사진은요?
“130여건 실립니다. 사진 기자들이 하루에 찍는 사진은 3000∼4000컷 쯤 되지만 엄선돼 실리기 때문에 실제 게재되는 사진은 30장 정도죠. 나머지는 국내외 통신사와 동아일보 조사연구팀에 보관돼 있는 420만장의 자료 사진를 활용한 것입이다.”
-‘몸값’(광고료와 구독료)에 대해 좀 알고 싶은데요.
“크기 대 가격으로 볼 때 신문 전체에서 가장 비싼 광고는 1면 우측 하단에 실리는 돌출광고입니다. 가로 5㎝, 세로 6.8㎝인 이 광고 가격은 1000만원이죠. 1면 하단에 실리는 광고는 늘 4단 크기로 고정돼 있는데 회당 6150만6000원입니다. 정가로만 보면 A섹션 맨 뒤페이지에 실리는 전면 컬러 광고가 1억530만원으로 가장 비쌉니다. 구독료는 오늘부터 월 1만2000원, 한부에 500원입니다. 1920년 창간 당시에는 월 구독료가 60전이었고 화폐개혁이 이루어진 1962년의 구독료는 월 60원이었지요.”-광고도 면과 종류별로 가격이 다릅니까?
“물론이죠. 첫 페이지와 마지막 페이지를 제외한 안쪽 광고의 경우 앞쪽으로 갈수록 광고효과가 높아 비쌉니다. 종류로는 모집공고나 의견광고가 비싼데요, 광고 성격상 면과 게재일을 지정하기 때문에 다른 광고에 우선해 실리기 때문이죠. 책광고는 출판의 사회문화적 기능을 고려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 |
“그런 지적을 들을 때면 독자 여러분들께 죄송하면서도 속으로는 섭섭한 생각을 갖게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구독료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리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차선의 선택’이라는 것을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광고를 없애고 대신 월 구독료를 5만원으로 올릴 수는 없으니까요. 일요일을 제외하곤 매일 새벽 집까지 국내외의 ‘따끈따근’한 뉴스를 배달해주는 점을 감안해 주시기 바랍니다. 참고로 뉴욕타임스 같은 신문도 광고비율이 아주 높아요.”
-좌우명은?
“창간정신, 즉 사시(社是)가 곧 좌우명입니다. 민족의 표현기관으로 자임함, 민주주의를 지지함, 문화주의를 제창함 등입니다. 이 정신은 21세기에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세계화가 지닌 ‘신(新)제국주의적’ 측면에서 민족주의는 ‘정신적 각성제’이기도 하니까요. 민주주의의 경우 우리는 ‘절차적 민주주의’는 이뤄냈지만 ‘실질적 민주주의’ 단계에는 들어서지 못했습니다. 마지막 정신인 문화주의는 말할 것도 없지요. 흔히 ‘21세기는 문화의 세기’라고 말하듯 문화는 예술은 물론, 교육 학문 기술 과학 등 인간의 창조적 활동과 연관된 모든 분야를 포함하니까요. 저는 태어나서부터 줄곧 이런 정신을 새기며 살아왔고, 지금도 이 정신에 따라 살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 정신을 계속 지켜갈 것입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저의 궁극적인 목표는 세계 속의 ‘동아 멀티 미디어 그룹’으로 성장 발전해 나가는 것입니다. 많은 인재들과 함께 구체적 복안을 갖고 차근차근 미래를 준비해 나가고 있으니 관심과 애정을 갖고 지켜봐 주십시오.”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