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티 삭(Cutty Sark)은 옛 스코틀랜드 말로 ‘짧은 속치마’라는 뜻이다. 어떤 연유로 위스키에 이런 이름이 붙게 되었을까.
사연은 18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대 스코틀랜드 시인 로버트 번스의 ‘탐 오 섄터(Tam O’Shanter)’라는 작품의 한 대목.
농부 탐이 말을 타고 귀가하던 중 공동 묘지 근처를 지날 때였다. 백파이프 소리에 이끌려 가보니 아름다운 마녀가 짧은 속치마를 입고 춤을 추고 있었다.
탐은 자신도 모르게 “잘한다 커티 삭(짧은 속치마)”이라고 외쳤다. 그 소리에 마녀들은 무서운 속도로 그를 뒤쫓기 시작했다. 탐은 겨우 위기에서 벗어났고 이 때부터 커티 삭은 아름다운 마녀 또는 마녀들의 빠른 속도를 비유하게 됐다. 그런 배경에서 당시 가장 빠른 속도를 자랑하던 한 범선에 커티 삭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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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3년 베리 브러더스 앤드 러드사의 직원들은 새 위스키에 붙일 이름을 찾고 있었다. 그러던 중 선원 출신의 한 예술가가 범선 커티 삭의 이름을 떠올렸다. 회사는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범선이 그려진 라벨도 만들었다.
로열 살루트(Royal Salute)는 영국 왕실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이름. 1931년 글렌리벳사는 21년 뒤에 있을 엘리자베스 2세의 대관식을 위해 특별한 위스키 제조에 착수했다. 이 때 만든 이름이 ‘왕의 예포(禮砲)’ 라는 뜻의 로열 살루트. 1952년 여왕의 대관식 때 선보인 21년 숙성의 로열 살루트는 여왕을 위해 만들어진 술답게 애주가들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시바스 리걸(Chivas Regal)이라는 이름에선 프랑스어 혹은 스페인어 같은 시바스라는 단어에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갖는다. 시바스는 고대 스코틀랜드의 한 작은 마을의 이름. 이 마을 출신 사람들은 마을 이름을 성으로 사용하곤 했다. 그들의 후손이 차린 위스키 회사 이름이 시바스 브러더스다. 회사는 1843년 빅토리아 여왕에게 진상할 최고급 제품의 이름을 시바스 리걸이라고 정했다. ‘국왕의 시바스’라는 뜻.
밸런타인과 조니 워커는 창업자의 이름을 그대로 가져온 경우. 밸런타인의 창업자는 조지 밸런타인이며 조니 워커는 창업자 존 워커의 애칭이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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