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이 꽃들은 종묘 정문 바로 뒤 세계문화유산 기념표석 주변에 피어있다. 진달래 30여그루, 개나리 20여그루 등.
전문가들은 종묘의 속성상 화사한 꽃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한다. 종묘가 조선조 왕과 왕비의 신위를 모셔놓고 제사를 올리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일제가 창경궁에 일본의 국화인 벚꽃을 심어 유원지처럼 만든 것이나 경복궁에 무분별한 식재로 옛 궁중 수목인 소나무를 사라지게 했던 누를 범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성균관대 이상해교수(한국건축사)는 “제사 공간인 종묘에는 밝은 꽃들이 있어선 안된다. 당연히 이 꽃들을 정리해야 한다” 면서 “이번 기회에 종묘의 조경을 전체적으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고 지적했다.
종묘관리사무소가 이곳에 꽃을 심은 시기는 지난해 가을. 종묘 입구 뒤편이 좀 삭막해 보인다는 생각에서 산에 자생하는 진달래 개나리 등 화사한 꽃들을 종묘에 옮겨 심은 것이다. 정재훈 한국전통문화학교 교수(한국전통조경)는 “전통 조경의 측면에서 볼 때 옛사람들은 신위를 모신 종묘 같은 묘궁(廟宮)을 일부러 화려한 꽃으로 장식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사당이나 묘역이라고 해도 큰 나무 밑이나 소나무숲 같은 곳에 자생적으로 피어난 진달래나 철쭉은 그대로 두었다” 고 말했다.
그러나 종묘의 꽃은 자생적인 것이 아니라 일부러 옮겨 심었다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 지난해 가을 종묘에 꽃을 심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뽑아버려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고궁지킴이 자원봉사자인 고문준씨는 “올해 1월에 자원봉사자들이 종묘관리사무소측에 이같은 문제를 지적해 봄이 되기 전에 꽃들을 정리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는데 아직까지 지키지 않고 있다” 고 말했다.
이동환 종묘관리사무소장은 “일단 꽃이 만개하는 것을 본 뒤 너무 화사해서 종묘의 엄숙한 분위기를 해친다고 판단되면 진달래 개나리를 다른 곳으로 옮겨심든지 뽑아버리겠다” 고 말했다.
겨레문화답사연합의 강임산 대표는 “아름답게 보이기 위해 꽃을 심는 것도 좋지만 종묘의 조경을 원형에 가깝게 보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고 강조했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