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위에는 비싸지도 않으면서 맛깔스러운 음식을 제대로 내놓는 전통 있는 술집이나 독특한 분위기로 술자리를 더욱 즐겁게 만드는 술집도 의외로 많다. 함께 있으면 편한 친구들과 이런 술집을 한번 들러보면 어떨까.
▽종로 피맛골의 원조 ‘지상천국’〓서울 종로구 피카디리극장 옆으로 난 피맛골을 따라 쭉 들어가면 그 유명한 피맛골 주점타운이 나온다. 피맛골의 원조격인 집은 바로 지상천국. 3층 건물에 5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이곳은 넓고 편안한 학사주점의 분위기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피맛골에서는 최대 규모의 학사주점.
안주가 대부분 1만원 안팎의 저렴한 가격에 양 또한 푸짐해서 소주 한잔을 즐기기에 넉넉한 곳이다. 20대 젊은 층이 주 고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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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 역사의 토속주점 ‘마방집’〓경기 하남시 천현동에 자리잡은 마방집은 81년 역사를 자랑한다.
마방집은 옛날 주막으로 쓰여졌는데 시골에서 과거시험을 보러 온 선비들이 타고 온 말들이나 우마차 등이 쉬어가는 곳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광복 전에는 우마차가 쉬던 곳으로 새마을운동 바람이 불던 60년대, 70년대에는 화물차들의 숙소로, 지금은 식도락가의 맛집 코스로 각광을 받고 있는 유서 깊은 곳이다.
넓은 기와집 안방, 사랑방, 뒷방 등 각 방의 문은 창호지를 바른 나무문으로 근사한 주막 같은 분위기가 느껴진다. 여름에는 나무 그늘이 드리우는 앞마당의 평상에서 식사하는 운치가 있다. 갖은 양념으로 버무린 19가지 나물에 된장찌개가 올라오는 한정식이 1인분에 7500원이다. 031-791-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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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 펀드로 만들어진 소주맥주점 ‘에꼬뮨’〓젊음의 거리 서울 신촌 지하철역에서 홍익문고를 끼고 우측으로 올라가다 보면 국내 최초로 네티즌펀드로 만들어진 소주 맥주전문점 ‘에꼬뮨’이 보인다.
이 주점은 소주 동호회 모임 회원들 45명으로부터 1억5000만원의 투자를 받고 최경석 사장(33)이 1억원을 내 1월에 영업을 시작했다.
얼굴도 모르는 사이버상의 만남을 의미하는 ‘e’와 공동체를 의미하는 ‘commune’의 합성어인 에꼬뮨은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젊음의 분위기가 한껏 느껴진다. 붉은색과 검은색을 적절하게 조화시킨 강렬한 간판, 블랙톤을 위주로 심플하게 장식한 실내분위기, 시끄럽지 않고 귀에 익숙한 음악들.
매장 한복판에는 세계의 맥주를 얼음물에 담가놓은 ‘아이스 바’가 있고, 다른 한쪽에는 소주를 즐길 수 있는 테이블이 마련돼 있다. 인터넷 홈페이지(www.e-soju.co.kr)를 통해 예약을 하면 10% 할인도 해준다. 최 사장은 “주말에는 동호회 회원들이 단체로 몰려와 발디딜 틈이 없다”며 “일반 주점에서는 단체 손님들이 오래 앉아 있고 시끄러워 예약을 안 받아 주는 경우가 많은데 에꼬뮨은 동호회 회원들 예약을 우선적으로 받아준다”고 귀띔했다. 02-362-7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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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냄새가 폴폴 나는 ‘영일식당’〓서울 종로2가 낙원상가 뒷골목 종로세무서 앞에 있는 ‘영일식당’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소금기를 머금은 듯한 비릿한 냄새가 먼저 코를 스친다. 경북 포항 근처 구룡포에서 매일 공수해오는 싱싱한 수산물이 바닷바람을 함께 묻혀 오기 때문이다.
도시 뒷골목의 보통 식당처럼 또는 한적한 포구의 작은 식당처럼 실내는 좁기 그지없다.
하지만 구룡포의 특산물인 과메기, 고동골뱅이, 영덕대게, 잡어회 등을 한 번 맛본 사람들은 다시 찾을 수밖에 없게 만들어 애주가들로 늘 붐빈다.
김명수 사장(51)은 수산업협동조합에서 24년 동안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싱싱한 수산물을 현지에서 확보해 비행기로 실어온다.
김 사장은 “11월부터 3월까지는 과메기를 찾는 손님들이 많고 잡어회를 즐겨 드시는 손님들도 많다”고 말했다. 02-742-3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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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주’ 전문점 ‘미스터 레이’〓카페나 일반 유흥음식점들이 덜 밀집된 서울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맞은편에는 이색바 ‘레이’가 있다. 일반 바보다는 고급 술집이나 의상실을 연상시키는 이곳은 폭탄주 전문점.
레이바의 스페셜 칵테일인 ‘미스터 레이’는 스카치위스키를 베이스로 한 폭탄주로 남녀가 함께 즐길 수 있도록 2잔이 나온다. 일명 ‘뿅가리주’는 75도짜리 럼을 베이스로 맥주, 과실주 등을 섞어 폭탄주를 만드는데 이름 그대로 한잔만 마셔도 얼얼하다.
‘칙칙폭폭’은 ‘미스터 레이’의 가장 화려한 폭탄주. 맥주와 서로 다른 색깔과 맛의 과실주를 섞어 맥주잔에 담은 뒤 스카치위스키를 스트레이트 잔에 담아 떨어뜨려 만든다. 바나나맛, 오렌지맛, 멜론맛 등 과실주 맛에 따라 10가지 종류를 만들어낸다.
칙칙폭폭의 압권은 나란히 놓인 다섯 개의 잔에 위스키잔이 도미노처럼 차례대로 빠지는 것. 그래서 이름도 칙칙폭폭이다. 폭탄주를 제조하는 바텐더 이재성씨(별명 레오)는 “목요일부터 토요일까지는 거의 빈자리가 없다”며 “많이 드시는 손님들이 보통 3, 4잔씩 마신다”고 말했다. 02-515-9547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