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은 제품 특성상 잘 팔린다고 소문난 술을 찾는 사람이 더 많아지기 마련이다. 여기에 업체간 자존심 문제까지 걸려 있다. 이 때문에 소주 맥주 등 주류업체간에 시장점유율을 둘러싼 신경전이 끊이지 않는다.
일부 주류회사는 자사 제품에 유리한 쪽으로 시장점유율 수치를 가공해서 발표하거나 실제보다 부풀려 공개하기도 한다. 얼마전만 해도 업체들이 발표하는 점유율 수치를 더해보면 100%를 넘어 심지어 130%까지 나오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래서 주류업계 점유율 수치는 ‘고무줄 수치’라는 말까지 돌았다.
점유율을 둘러싼 업체간 소모전이 갈수록 심해지자 국세청과 주류공업협회는 지난해말 각 업체에 함구령을 내렸다.
주류업체는 매월 출고량을 국세청과 주류공업협회에 신고하고 있는데 주류공업협회는 각 회사들이 제출한 수치들을 집계해 출고량 기준 시장점유율 통계를 만들어 각 사에 통보해준다. 주류업체 관계자들은 이 자료를 그대로 인용하거나 조금씩 수정해서 자사 점유율을 발표해왔는데 주류공업협회가 이 수치를 일절 외부에 공개하지 말라고 요구한 것.
그렇다고 해서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업체들인가. 올들어서도 시장점유율 신경전은 계속되고 있다.
주류업계의 ‘영원한 맞수’ 진로와 두산은 소주시장 점유율을 놓고 자존심 싸움을 벌인다.
수출물량이 상대적으로 많은 두산은 면세분(수출 포함)이 포함된 점유율을 내놓고 있으며 진로는 내수시장 점유율만을 내세운다. 그래서 진로가 공개하는 지난해 소주시장 점유율은 ‘진로 52.6%, 두산 6.2%’이고 두산이 발표하는 수치는 ‘진로 53.2%, 두산 9.1%’이다.
OB와 하이트가 양분하고 있는 맥주업계도 비슷한 모습이다. 하이트가 주장하는 1월 점유율 수치는 ‘하이트 58.2%, OB 41.8%’, OB측 수치는 ‘하이트 54%, OB 46%’이다.
점유율 신경전에 지친 주류업계 내부에서조차 “이럴 바에야 차라리 정확한 통계를 가진 협회가 업체별 점유율을 발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도 나온다. 주류업체간의 이런 소모적 경쟁은 도대체 얼마나 더 가야 사라질까.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