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미국의 콘돔 제조사인 듀렉스사 산하 건강연구소가 세계 28개국의 16~55세 연령층 1만8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도 이 같은 사실을 입증한다.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남성의 22%가 ‘섹스’라고 대답해 1위를 차지했고, 그 다음이 ‘친구들과 놀러 가기(18%)’ ‘스포츠(10%)’ 순이었다. 그러나 여성들은 남성에 비해 비교적 섹스에 대한 즐거움이 적은 편(10%)이었다. 여기서 눈에 띄는 점은 백인과 동양인의 차이다. 유럽인이나 미국인의 경우 35%가 섹스를 가장 좋아하는 일로 꼽은 반면 동양인은 겨우 5%만이 꼽은 것.
이 같은 결과는 이들의 섹스 횟수로도 짐작할 수 있다. 응답자의 1년간 평균 섹스 횟수는 97회로, 미국인 124회, 그리스인 117회, 남아공인 116회, 크로아티아인 116회, 뉴질랜드인 115회, 중국인 72회, 대만인 65회, 홍콩인 63회, 일본인 36회 등으로 나타났다.
국내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섹스 횟수는 연령에 따라 차이가 나지만 평균 65회 정도인 것으로 나타난다.
고대 그리스의 입법가인 솔론은 “부부의 의무를 거르지 않기 위해서는 한 달에 세 번의 성행위를 해야 한다”는 정의를 내린 바 있으며, 종교 개혁가인 루터는 40대 때 “여성에 대한 의무적인 성행위 횟수는 주 2회이며, 1년에 104회 정도라면 내게나 아내에게도 결코 해가 될 수 없다”는 주장을 했다.
이들의 주장은 다소 주관적이지만 르네상스 시대에 이르러 ‘횟수’에 대한 기준은 좀더 엄격해졌다. 당시 격언 중에는 ‘하루 1회는 병자의 식이요법에 불과한 것이다. 2회는 신사의 예의이며, 3회는 숙녀의 의무, 4회는 아내의 권리’라는 말이 유행했다고 한다.
물론 우스개 섞인 당시의 유행어였기 때문에 그 시대 사람들이 이를 불문율로 여겼다고 볼 수는 없지만 요즘도 ‘의무 방어전’이니 하는 말이 쓰이는 것을 보면 예나 지금이나 섹스가 삶의 질을 평가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 곽태일/ 맨파워비뇨기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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