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크리스티앙 디오르 보석디자이너 카스텔란

  • 입력 2002년 4월 4일 14시 18분


최근 서울을 방문한 크리스티앙 디오르의 보석 디자이너 빅투아르 드 카스텔란은 긴 금발머리에 껑충한 키, 무릎 위로 올라간 섹시한 블랙 원피스를 걸친 모습이 마치 미국의 팝스타 머라이어 캐리를 보는 듯했다. 양 손의 넷째 손가락에 낀 왕방울의 아쿠아 마린과 핑크 사파이어 반지, 그와는 대조적으로 머리 한쪽에 선명하게 꽂힌 연두색 꽃핀의 모습이 범상치 않다. 얼른 이력을 물었다.

프랑스 파리 토박이. 쌍둥이(6세)와 막내(4세) 등 세 아들의 엄마. 귀족 가문 출신. 샤넬의 보석 디자이너 경력.

크리스티앙 디오르에는 이 브랜드가 처음 보석 컬렉션 라인을 만들었던 1998년에 스카우트됐다. 그 전에 14년간 일했던 샤넬에서는 주로 고급 의상에 쓰이는 보석의 디자인을 맡았다. “그런 경력 덕분에 ‘영감(inspiration)이 이끄는 방향대로 무엇이든 디자인해도 좋다’ 는 조건을 내건 크리스찬 디오르에서 더 실력발휘를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생애 처음 한국을 찾은 이유는 4월 3일 서울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크리스티앙 디오르 부티크 내에 보석 카운터를 마련하게 된 것을 기념하기 위해서였다.

“파리에 있는 주얼리 부티크를 찾는 고객들 가운데 동양인들은 많아요. 피부가 서양인들보다 어두워 파스텔톤의 보석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스스로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화사한 색상의 의상과 곁들이면 귀족같은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답니다.”카스텔란은 사실 정식으로 디자인 공부를 해 본 적이 없다. 천재적인 감각과 아이디어 덕에 인정받는 스타 디자이너가 될 수 있었다.

현재 ‘스타 디자이너’로 꼽히는 그녀의 어린시절, ‘될성부를 나무, 떡잎부터 알아보게 해준’ 에피소드 하나.

“어렸을 때 할머니, 어머니 반지를 녹여서 새로운 디자인의 반지를 만들어봤어요. 성당에서 주는 메달을 녹여보기도 하고…. 아주 많이 혼났지만 그때부터 ‘마이 웨이’를 찾게 된 것 같아요.”

현재 카스텔란은 크리스티앙 디오르의 유일한 보석 디자이너다. 그만큼 끊임없이 혼자 아이디어 전쟁을 치러야 한다는 사실이 스트레스가 아닌지 물었다.

“운전을 할 때나 샤워를 할 때도 브레인 스토밍을 멈추지 않아요. 하지만 ‘보석은 진부해서는 안된다. 재미있어야 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과정 자체가 즐겁지요.”

카스텔란의 작품에는 체리, 순무, 무당벌레 등 작은 동식물을 소재로 한 아기자기한 디자인들이 유난히 많다. 머리에 꽂은 꽃핀도 동심을 자극하는 귀여운 소재를 좋아하는 취향을 그대로 드러낸다.

패션의 중심지, 파리에서 바라보는 올 봄 여름 주얼리 트렌드는?

“화이트 골드보다 옐로 골드가 더 인기를 끌 겁니다. 길고 가는 귀걸이, 작은 장식이 달랑달랑하게 붙어 있는 반지도 추천 아이템이죠.”

항상 보석과 함께 생활하고 보석을 생각하는 유명 보석 디자이너가 가장 잊지 못하는 보석 선물은 뭔지 궁금했다.

“당연히 사랑하는 남자가 준 선물이죠. 크기나 종류가 문제겠어요?”

김현진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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