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중국인들 "우리 입맛 맞는 집 따로 있다"

  • 입력 2002년 4월 4일 14시 33분


배화여대 중국어과 신계숙 교수(왼쪽)와 이화여대에서 중국어를 강의하는 중국인 강사들
배화여대 중국어과 신계숙 교수(왼쪽)와 이화여대에서 중국어를 강의하는 중국인 강사들
“자장면은 안해요.”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또 오세요 샤브샤브집(君再來 火鍋城·02-844-5139)’에 들어섰더니 가게 이름과는 달리 주인이 쫓는 인사부터 건넸다.

“여긴 사천식이라 매워서 한국 사람은 못먹을 텐데요.”

기어이 가게문을 열고 들어서는 기자를 주인은 다시 한번 말린다.

아닌 게 아니라 10평 남짓한 식당은 온통 목소리 톤이 높은 중국인들이 차지하고 있어 시끌벅적했다. 메뉴판은 알아보기 힘든 한자 투성이다.

잉어조림, 기름고추찜, 땅에서 자란 채소 세 가지 볶음, 소의 힘줄 무침 등 30여가지 메뉴 가운데 주 메뉴는 양고기 샤브샤브. 차돌박이처럼 얇게 썰어 돌돌 만 양고기에 배추 팽이버섯, 가는 당면, 쑥갓, 샹차이(香菜) 등을 끓는 육수에 익혀 먹는 중국식 전골이다. 전골 냄비는 ‘위안양(鴛鴦)’식으로 냄비 중간에 칸막이를 해 얼큰한 맛과 시원한 맛을 동시에 맛볼 수 있다. 육수는 닭고기를 고아낸 국물이고 소스는 참깨를 볶아 참기름을 짜내고 남은 찌꺼기로 만든 걸쭉하고 진한 참깨장이다. 중국에서 실어나른 재료를 쓰며 2만5000원하는 샤브샤브는 네 사람이 먹을 수 있다. 심양소주를 곁들여 먹는다.

가게주인 이태란씨(40)는 “6개월 전 개점할 당시만 해도 주변에 중국집이 20개 정도였는데 지금은 두배로 늘었다”고 말했다. 이씨 말대로 7호선 대림역 뒤편 중앙시장 골목에는 기사식당 규모의 중국집이 다닥다닥 들어서 있다. 인근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는 조선족이 주 고객이며 중국인 관광객도 알음알음 찾는다.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신강(新疆·02-363-2688·www.haochichina.com)은 양고기 즉석 꼬치구이집이다. 쇠꼬챙이에 자잘한 양고기를 꿰 즉석에서 구워 샤오후이샹(小茴香)과 고춧가루로 만든 소스에 찍어먹는다. 꼬치 10개가 5000원이다. 연세대 이화여대 등 대학가를 끼고 있어 중국에 유학한 사람들이 유학시절 길거리에서 많이 사먹던 양고기 꼬치맛을 잊지못해 찾아온다. 손님의 3분의 1은 중국인 유학생이나 중국 대사관 직원이다. 중국의 낮을 지배한 덩샤오핑에 이어 밤을 지배했다는 대만 가수 등리군의 ‘첨밀밀’ ‘야래향’ 등을 원없이 들으며 꼬치를 즐길 수 있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중국향토미식성(中國鄕土美食城·02-3141-8300)은 산둥 베이징 등 중국 북부지방의 향토음식을 전문으로 한다. 아침 메뉴가 있어 중국 관광객이 단체로 많이 찾는다. 유탸오(油條)라는 긴 빵에 콩국이나 묽은 죽 등을 곁들인 아침식사가 5000원 안팎이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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