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 서영인이 말하는, 최근 일부 문예지 신인공모 및 신춘문예 당선작들의 일관된 줄거리다.
서씨는 최근 민족문학작가회의가 발간하는 계간지 ‘작가’ 2002년 봄호에 실린 ‘불행한 가족사라는 상투성, 그 속의 신인들’이라는 제목의 평론에서 새내기 작가들의 ‘천편일률적으로 진부한’ 공통분모를 꼬집었다.
서씨는 이 글에서 ‘신인공모 및 신춘문예 당선작의 대부분이 불행한 개인사의 운명을 다루고 있으며, 소설가로서의 개성보다는 한결같이 개인사를 부여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이런 문제는 소재 자체의 결함보다 신인작가들이 소재를 다루는 방식이 진부하기 때문이다. 당선의 영광을 안은 ‘완결된 소설’이라고 하지만 결국 ‘불행한 개인사의 내력을 조직적으로 써내려간’ 데 불과하다는 것이다.
서씨는 한 여자의 불행한 사랑과 내면, 과거만 기억하는 아버지와의 동거 등을 다루고 있는 한 신예 작가의 등단작을 예로 들며 이 작품이 ‘익숙한 소재와 문체와 구성을 통해 수동적 여성성과 관조적 인생관이라는, 상투적이라서 더욱 뿌리깊은 이데올로기를 재생산해 낸다’고 평했다. 그는 ‘기성 작법의 답습은 스스로 인식하지 못한 사이에 기존의 이데올로기를 재생산한다’며 젊은 작가들의 창의력 결여가 낳는 주제성의 빈곤에 우려를 표시했다.
그러나 신인작가들 역시 과거를 통해 자신들의 문법을 익혀왔다는 점에서 ‘과거와의 투쟁’은 쉽지 않은 일. 서씨는 ‘가족사의 운명이라는 지루한 상투성의 장벽은, 단 한편의 등단작을 손에 쥔 새로운 작가들이 넘어야 할 최초의 벽일지도 모른다’고 글을 맺었다.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