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가난이 우리 가족을 허물진 못해" '종이밥'

  • 입력 2002년 4월 9일 15시 21분


◇ 종이밥/김중미 글 김환영 그림/108쪽 7800원 낮은산

‘괭이부리말 기차길 옆 공부방’에 나옴직한 한 아이가 있다. 병든 할아버지와 생활의 짐이 무거운 할머니, 그리고 여섯살 터울의 동생 ‘송이’와 함께 있다. 아이의 어깨는 늘 무겁다. 일하는 할머니를 대신해 동생을 돌보고 먹이는 일은 너무 힘들기도 하였다.

아이가 학교에 가면서 겨우 걸음마를 뗄 나이가 된 동생 송이는 밖으로 열쇠가 잠긴 집 안에서 지내야 했다. 아이가 방문을 열면 송이는 눈이 부셔 눈도 제대로 못 뜬 채 뒤뚱뒤뚱 걸어와 아이에게 안겼다. 혼자 놀던 송이는 그 때부터 종이를 씹기 시작했다. 밥에 허기지고, 사람에 허기질 때 송이는 ‘종이밥’을 먹었다.

송이가 학교에 입학하는 해, 할머니는 송이를 절에 동자승으로 보내기로 결심하셨다. 송이는 학교에 간다며 철없이 좋아하고 이를 보는 식구들은 저마다 혼자 돌아앉아 눈물지을 뿐이다. 지금 능력이 없는 자신들로서는 그것이 송이를 위하는 길이라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송이를 절로 데려갔던 할머니는 부처님 앞에서 천번 절을 하고는 도로 데려오고 말았다. “아무래도 내가 노망이 들었나부다…”하는 할머니, 그런 할머니에게 “임자 손이 부처님 손”이라고 말하는 할아버지, 비상금을 털어 송이에게 먹을 것을 사주는 아이에게로 송이는 다시 돌아왔다.

앞으로 잘되게 하기 위해 가족과 떨어질 뻔한 송이를 보며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아이가 그곳에 갔었더라면 배부르게 먹을 수 있고, 영특한 만큼 ‘큰스님’도 될 수도 있을 거다. 하지만 그랬으면 송이는 다 커서도 종이밥을 먹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린 송이가 어려움 속에서도 당당한 것은 밥에는 허기졌으나 사람에게는 허기지지 않아서였다. 누군가 옆에 있다는 지금의 심리적 포만감을 어떨지 모르는 미래와 바꿀 수 있을까. 오늘은 내일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니다. 오늘은 오늘로서 중요하고 그것이 모여 내일이 된다. 그래서 작가는 아이들의 ‘오늘’을 함께 하기 위해 힘든 속에서도 공부방을 하고 있을 것이다.

동화는 아름답고 환상적이고 재미있는 읽을거리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하지만 동화는 말 그대로 ‘아이들 이야기’이다.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아이들의 이야기. 그것은 함께 하는 어른들의 모습만큼이나 다양하다. 고단하게 오늘을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누군가 함께 한다는 포만감을 느끼게 해 줄 수 있기를 바라는 작가의 낮은 목소리가 들린다. “지금 아이들 모습 그대로 사랑해 주세요”라는….

김혜원 주부·서울 강남구 일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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