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한 문장을 어느 정도 읽고 이해할 줄 알게 되었다면, 유아용 그림책에서 한 걸음 나아가 분량이 되는 긴 책에 도전해 볼 만하다. 그 시기에 선택해서 읽을 만한 책 중의 하나가 아놀드 로벨(Arnold Lobel, 1933∼1987)의 ‘Frog and Toad Are Friends(개구리와 두꺼비는 친구)’와 그 후속편들이다. 유아용 그림책보다는 읽기 분량이 많지만 활자가 크고 그림이 적절하게 들어가 있어 읽는데 큰 부담이 되지 않으면서도 고학년용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 줄 수 있다. 게다가 이 책들은 한 권에 여러 편의 연작이 실려 있기 때문에, 그 중 한 편만 읽으면 유아용 그림책 분량 정도가 되어 읽기의 수준을 높여가는 시기에 딱 적당하다.
아놀드 로벨이 남긴 수십권의 작품들에는 대개 의인화된 동물들이 주인공으로 나오는데, 성격이 뚜렷이 대비되는 동물 주인공들이 살아 움직이며 빚어내는 재미있고 익살스러운 우화는 독자들에게 유머와 감동을 준다. 화가와 작가의 두 역할을 모두 충실히 해낸 로벨의 따뜻하고 정감있는 그림이 거기에 한 몫을 한다.
1970년 발표한 ‘개구리와 두꺼비는 친구’는 아놀드 로벨에게 칼데콧 명예상을 수상하게 해준 대표작으로, 활달하고 상식이 풍부한 손위의 개구리와 착하지만 그리 지혜롭지 못한 손아래 두꺼비가 보여주는 서로간의 차이와 또 그것을 서로 감싸주는 모습이 따뜻한 감동을 느끼게 해주는 작품이다. 다섯 개의 연작중 마지막 에피소드인 ‘The Letter(편지)’에서 개구리는 두꺼비에게 “What is the matter, Toad? You are looking sad(무슨 일이야? 슬퍼보이는데)”하고 묻는다. 두꺼비는 편지를 받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불행하다면서 “No one has ever sent me a letter(아무도 내게 편지를 보내지 않아)”라고 대답한다. 그러자 개구리는 할 일이 있다며 집으로 달려가 두꺼비에게 편지를 써서 보내고, 다시 두꺼비의 집으로 와 달팽이가 편지를 가지고 올 때까지 둘이서 행복한 마음으로 편지를 기다린다.
이처럼 로벨의 동화에는 거창한 메시지보다는 사소한 일상의 마음씀씀이가 서로를 행복으로 이끌어 준다는 평범한 진리가 배어 있다. 어쩌면 그런 점이 일상 속에서 즐거움을 찾는 아이들에게는 더 친근하게 다가오는지도 모르겠다.김유경 엄마들의 모임 고슴도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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