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도시에 살면서 눈에 보이는 거라면 무엇이든지 그렸던 화가. 그는 동물 건물 풍경 사람 그리고 쓰레기통, 먼 것에서 가까운 것까지 큰 것에서 작은 것까지 모두 그렸다. 화가에겐 언젠가부터 간절한 소원이 있었다. 직접 바다에 가서 바다를 그리는 것이었다. 그러나 화가는 여행을 떠나기엔 몹시 가난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거라곤 기껏해야 먹는 것 입는 것을 줄이든가, 아니면 갖고 있던 많지 않은 물건을 팔든가 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화가는 바다에 갔고 바다를 보고 바다를 느끼고 바다를 그렸다.
그러나 돈은 줄어만 갔고 화가는 결국 머릿속에 그리지 못한 그림을 가득 채운 채 도시로 돌아왔다. 화가는 이젤 앞에 앉아 기억속의 그림을 그렸다. 이 그림은 어디가 특별한지 말하기 어려웠다. 그저 지치지 않고 소리없이 변하는 바다처럼 보고 있으면 뭔가 느껴지는 그런 그림이었다. 어느날 오후 화가가 그 그림을 바라보고 있을 때 뜻밖의 기적이 일어났다. 그림 속에 작은 문이 열리고 그가 그림속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날마다 오후가 되면 화가는 도시를 떠나 꿈에 그리던 그림속의 바다로 들어갔다. 어느날 아침, 그는 이제 도시로 돌아오지 않고 그림속에 영원히 남기로 했다. 이따금 그 그림속의 문이 열려 화가를 본 사람이 있다고 하는데 그들은 하나같이 화가가 행복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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