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15일까지 서울 종로구 평창동 이응노미술관에서 열리는 ‘이응노 대나무그림전’과 29일까지 서울 강남구 신사동 표갤러리에서 열리는 이융세 개인전. 이들 부자(父子)의 미술세계를 비교 감상해볼 수 있는 흥미로운 기회다.
“아버지의 대나무 그림은 역시 힘이 있습니다. 큰 산처럼 든든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평창동 이응노미술관을 찾은 아들 이씨는 아버지의 대나무그림을 보고 이렇게 말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어머니 박인경씨(이응노미술관장)가 슬며시 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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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그림도 좋아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깊어지는 것 같아요. 어떤 사람들은 아버지의 영향이라고 하는데, 사실은 다르죠. 모두 각자의 매력이 있습니다. ”
박씨는 이응노미술관장직을 맡고 있지만 주로 파리에서 생활한다. 남편과 아들 전시를 보기 위해 잠시 한국을 찾은 것이다.
이응노 화백의 대나무그림은 그 진가가 이미 널리 알려진 작품들. 그의 대나무그림은 추상화된 형태를 거쳐 1980년대 군상(群像) 시리즈로 이어졌다. 댓잎 하나 하나 그려가던 힘찬 붓놀림이 한사함 한사람의 역동적인 모습을 창조해낸 것이다. 대나무 가지와 잎들이 서로 어울려 자아내는 율동감과 흥취가 어디론가 몰려가는 군상들의 움직임과 꼭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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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이후 5년만에 서울에서 개인전을 여는 아들 이씨의 작품도 깊이있는 동양의 사유를 보여준다. 나무 시냇물 조약돌 등 자연 대상을 관조의 정신으로 추상화한 작품들. 한지를 구기고 반죽해 제작함으로써 새롭고 독특한 질감이 특히 매력적이다.
1956년 서울에서 태어나 두 살 때 프랑스로 건너간 이씨. 이국땅에서도 한국적 정서가 깃든 미술을 놓지 않은 이씨는 그 모든 것이 아버지 덕분이라고 말한다. 동백림사건으로 옥고(1967∼69)를 치르며 고난의 현대사를 헤쳐나갔던 아버지 이응노의 예술적 힘이 아들 이융세의 편안하면서도 깊이있는 미술로 재창조되고 있는 것 같았다. 이응노미술관 02-3217-5672, 표갤러리 02-543-7337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