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말한다]‘불멸의 춤, 불멸의 사랑’ 펴낸 제환정씨

  • 입력 2002년 4월 12일 16시 58분


‘불멸의 춤, 불멸의 사랑’(김영사)의 저자인 제환정씨(27)는 무용을 좋아하지만 춤추는 것은 두려워한다. 열 살때부터 이화여대 4학년때까지 12년간 무용을 배웠으나 대학 졸업과 함께 그만뒀다. 1등이 안될 바에야 잘하는 사람에게 무대를 양보하는 대신 대학원에서 무용이론을 공부하기로 결심한 것.

제씨가 석사학위를 받은 후 선택한 것은 기자. 그는 “1999년 월간 ‘춤과 사람들’의 무용 담당 기자로 활동하면서 관객의 입장에서 편안하게 무용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며 “무용수와 기자라는 상반된 직업을 알게 된 게 큰 소득”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기자생활도 2년만에 끝냈다. 매달 피 말리는 마감을 반복하는 일상에서 벗어나 재충전의 시간을 갖기 위해 무작정 고향인 경남 진주로 내려갔다. 그러던 중 집에서 TV를 시청하다 우연히 방송사 구성작가 모집에 응시해 덜컥 합격했다.

“처음에는 큐 시트 작성법도 몰라서 애를 먹었어요. 작가 일은 물론 ‘해변가요제’ 출연진을 교육시키고 공해 없는 ‘메뚜기쌀’ 홍보에 나선적도 있어요.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키로 했던 사람이 펑크를 내는 바람에 대타로 노래자랑에 출전해 주 장원을 차지하기도 했죠.(웃음)”

하지만 구성작가 생활도 6개월만에 마감했다. 그가 출판사에 보낸 ‘불멸…’ 기획안이 받아들여진 뒤 4개월에 걸친 집필에 들어가야 했기 때문이다.

“춤이 낯선 사람들을 위한 춤 소개서 혹은 춤에 대한 문턱 낮추기라고나 할까요. 요즘 사람들은 나이트클럽에서 춤추는 것은 일상처럼 생각하면서 춤을 감상하는데는 부담을 느끼더군요. 독자가 편하게 읽으면서 ‘무용은 어렵다’는 편견을 떨쳐냈으면 해요.”

이 책은 최초의 발레작품으로 꼽히는 1581년 ‘왕비의 희극발레’가 왕실의 한 결혼식장에서 선보인 사연, 최근 낭만 발레의 대표작으로 사랑받는 ‘지젤’이 1841년 초연됐을 당시에는 그다지 인기를 누리지 못했던 이유 등 무용에 얽힌 얘기를 시대별로 풀어낸다. 남자 무용수들의 동성애 논란, 19세기에는 발레리나가 고급 창녀로 전락했었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서양춤의 역사를 정통으로 풀어낸 것은 아니지만 누구나 춤에 관심을 갖게 만들자는 생각에서 가벼운 소재들을 다뤘어요. 예나 지금이나 발레가 가진자들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을 깨고 싶었죠.”

그는 수백년간 다듬어진 고전 발레 작품들이 안무와 음악에서 ‘완벽한 결정체’라고 했다. 무용수들이 신체언어로 말하는 종합예술을 많은 사람들이 접해야 문화가 발전한다는 게 제씨의 생각이다. 무용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더라도 무용수의 발놀림부터라도 일단 ‘보러 가자’는 것.

‘불멸…’이 베스트셀러가 되면 ‘문외한(門外漢)씨가 티켓 두장으로 공연장 가는 방법’ ‘무용에 대한 편견’ 등 “식후 두알 드세요”라는 ‘약봉지 매뉴얼’처럼 쉬운 책 2탄을 쓰고 싶다는 제씨. 그는 요즘 한 인터넷 매체에서 ‘관광버스 춤과 테크노 춤’을 비교하는 등 자유로운 글쓰기의 즐거움에 빠져있다.

너무 자주 직장을 바꾸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후회없는 삶을 살기 위해 좋아하는 일에 겁 없이 덤벼든다”며 “지금은 비록 ‘고학력 백수’여도 언젠가는 무용해설가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황태훈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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