敏-빠를 민 愼-삼갈 신 斬-목벨 참
漢字의 耳目口鼻(이목구비)는 모두 모습을 본뜬 상형문자이다. 제각기 고유한 기능을 가지고 있어 서로 다투지 않고 임무를 遂行(수행)한다. 그 중 입의 존재는 좀 특이하다. 다들 두 개씩 있는 데 반해 한 개뿐인 데다 遂行하는 기능은 먹는 것과 말하는 것 둘이다. 또한 다른 器官(기관)이야 기능이 좀 떨어지거나 없어도 생존에 그리 큰 지장은 없지만 입에 문제가 있으면 곤란하다. 그만큼 입은 중요한 器官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입이 두 가지 기능을 가지고 있다 함은 잘 사용하면 두 가지의 利로움이 있으나 잘못 사용하면 두 가지의 害를 당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입은 禍福(화복)의 근원이 되기도 한다. 美食(미식)을 좇아 食道樂(식도락)을 추구할 수 있는 반면 잘못 먹기라도 하면 배탈이 나는 수도 있고, 혹 말을 잘못 하면 舌禍(설화)를 입게 되는 수도 있다.
戰國時代의 대표적 說客(세객) 張儀(장의)는 세 치 혀를 잘 놀려 榮達(영달)을 누렸지만 殷(은)의 충신 比干(비간)은 폭군 紂王(주왕)에게 直諫(직간)하다 심장에 구멍이 7개나 뚫려야 했으며 司馬遷(사마천)은 친구 李陵(이릉)을 변호하다 漢武帝(한무제)에 의해 宮刑(궁형)의 치욕을 맛보아야 했다.
이 때문에 옛 聖賢들은 입의 기능, 그것도 특히 말하는 기능에 각별히 주의했다. 대체로 ‘寡言多聞’(과언다문·말은 적게 하고 많이 들어야 함)과 ‘敏行愼言’(민행신언·행동은 민첩하게 하되 말은 신중히 함)을 강조했다. 말이 많으면 아무래도 失手가 있게 되고 경우에 따라 불필요한 논쟁에 휘말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 입의 기능에 대해 주의했던 이로 晉(진)의 傅玄(부현·217∼278)이 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病從口入, 禍從口出”(병종구입, 화종구출)-病은 입으로 들어오고 禍는 입에서 나온다.
福이 올 때에는 조짐이 먼저 있고 禍가 닥칠 때에는 단초가 나타나기 마련이다. 개미구멍에 제방이 무너지고 낙수 물과 고인 물에 산이 기우는 법. 예측할 수 없는 결과가 많듯 대수롭지 않게 한 말이 돌이킬 수 없는 재앙으로 돌아오는 수가 있다. 그래서 五代 때의 馮道(풍도·882∼954)도 ‘舌詩’라는 시를 지어 한 마디 했다.
“口是禍之門, 舌是斬身刀”(구시화지문, 설시참신도)-입은 禍의 大門이요 혀는 몸을 베는 칼이다.
말을 하는데 각별히 신중해야 함을 일깨우고 있다.
鄭錫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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