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터]시사회에서 간 시인-소설가들

  • 입력 2002년 4월 18일 18시 16분


17일 저녁 강남 C 복합상영관. 시인 문정희, 소설가 함정임, 수필가 신현림, 문학평론가 정과리, 소설가 신경숙과 시인 남진우 부부 등 문단의 낯익은 얼굴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출판사 관계자들도 모습을 보였다. 가수 김현정과 모델 이소라가 플래시 세례를 받으며 나타났다. 주연을 맡은 탤런트 감우성, 가수겸 배우 엄정화도 밝은 조명을 받으며 들어섰다.

이어 “와!”하는 박수 갈채와 함께 시인 유하가 소설가 이만교와 함께 등장했다. 영화사 사이더스가 주최한 이날 ‘결혼은 미친 짓이다’ 문인 시사회의 주인공은 바로 이 영화의 ‘감독’과 ‘원작자’인 유하와 이만교.

사회자의 인사말과 함께 유하 감독이 스크린 앞에 섰다. 영화배우 니컬러스 케이지를 연상시킨다는 평을 듣는 그는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인사말을 시작했다. “시집을 돌리는 마음으로 이 영화를 함께 보고 싶습니다.”

객석에 앉은 시인들 가운데서 킥킥 하는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그들은 이 재치있는 코멘트에 웃음을 터뜨리면서도 그 말이 갖는 깊은 마음의 울림을 잘 이해하는 것처럼 보였다.

영화가 시작되자 여기저기서 “앗”하는 소리가 들렸다. “저거 김영하 아냐?” 결혼식장 장면에서 2∼3초간 소설가 김영하의 뒷모습이 스쳐가듯 지나갔다. “어 저건?” 여기저기에 ‘카메오’로 출연한 문인들의 모습이 보였다.

약간 ‘찐한’ 103분간의 영화가 끝나자 뒷자리에 앉은 소설가 K씨가 농처럼 한 마디 했다. “야, 이거 순 ‘뽀르노’ 아니냐?” 일행은 왁자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스크린의 불이 꺼지고 참석자들은 로비에서 “재미있더라” “잘되겠는걸” 이란 덕담을 주고받으며 유하 감독을 격려했다. 연예인과 문인들이 모처럼 수인사를 건네는 자리. 그 모습이 아름다워 보였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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