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말한다]'소설처럼 아름다운 수학이야기'쓴 김정희씨

  • 입력 2002년 4월 19일 17시 18분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제목. ‘소설처럼 아름다운 수학 이야기’(동아일보사)를 쓴 김정희씨(30·사진)를 만났다. ‘소설처럼…’은 1994년 김씨가 대학교 2학년 때 여성동아 장편공모에서 장편소설 ‘작고 가벼운 우울’이 당선돼 등단한 뒤 8년만에 낸 책. 등단작 이후 낸 첫 책이다.

등단 후 첫 책이 ‘수학 이야기’라니. 그것도 소설처럼 아름답다니. 수학이?

“소설과 수학은 아주 비슷한 부분이 많아요. 수학이란 참 아름다운 것이에요. 몰입하는 기쁨을 주고, 살아가면서 묻은 때를 씻어주거든요. 수학문제를 풀다보면 점점 ‘착해져요’.”

점점 알 수 없어지는 이야기를 ‘풀어보자’. 우선 소설과 수학이 비슷하다는 점. 증명?

∵ “소설과 수학은 둘 다 논리적이지요. 소설을 쓰는데 있어, 수학적 논리가 필요한 부분이 많아요. 수학문제를 푸는 방식이 진짜와 같은 허구를 만들어내기 위해 필요한 상상력과 사고력 향상에 많은 도움을 주죠.”

타당한 단계를 밟아가야 한다는 점에서 소설과 수학은 닮은 점이 있다는 것. 그렇다면 수학이 우리를 ‘선(善)의 길’로 이끈다는 점. 증명?.

∵ “답답할 때, 속상한 일이 있을 때, 수학문제를 풀면 속이 시원해져요. 누군가 너무 밉고, 욕하고 싶을 때 노트를 꺼내 연필로 ‘사각사각’ 문제를 풀어 내려가다보면 거기에 몰입하게 되고, 결국 마음도 풀리거든요. 다른 사람 미워하고 욕하지 않게 되니까 착해지는 거 맞죠?”

수학문제의 풀이가 ‘꼬이고 상한’ 마음도 풀어줄 수 있단다. 진정 ‘수학의 달인’이라 할 만하다.

이런 그도 초등학교 시절, 산수 시간에 시간 계산을 제대로 못해 ‘로봇 태권브이처럼 빳빳하게 힘준’ 선생님의 손바닥으로 뺨을 맞았다. 그 ‘충격’으로 자신있는 덧셈 문제가 나오면 기분이 좋아지고, 어려운 뺄셈 문제가 싫어서 ‘-’ 기호만 봐도 우울해지곤 했다고. -.-

“중학교 시절, 옷장 옆면에 그날 배운 수학 문제들을 써 놓고 설명하는 연습을 하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하다보니 ‘조금씩 해나가도 되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머리로 이해하고, 손으로 쓰고, 말로 설명하는 방법은 수학과 친해질 수 있는 아주 유용한 방법입니다.”

‘소설처럼…’에는 그가 어떻게 수학에 취미를 갖기 시작했는지, 수학을 통해 ‘굼벵이’에서 어떻게 탈출했는지 등의 ‘소설가의 수학 공포 극복기’와 함께 역사적인 맥락으로 살펴본 수학이야기들이 담겨있다.

그는 수학사에 대한 쉬운 책부터 시작해 조금씩 수학에 다가가 보라고 조언한다. 무엇보다 여유를 갖고 열린 마음으로, 뒤돌아선 수학의 어깨를 톡톡 건드려 보라는 것.

“누구든 분명 자기가 할 수 있는 쉬운 수학이 있어요. 어려운 것만 잔뜩 보고 ‘난 안돼’라고 생각하지 말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수학의 영역을 먼저 찾아보세요.”

문학작품이 아닌 ‘수학이야기’를 두 번째 책으로 하기에는, 등단 작가로서 걱정되는 부분이 있었을 것 같다.

“주변에서도 그런 우려를 많이 하세요. 그렇지만 전 ‘다양한 글쓰기’를 즐긴다는 점에서 재미있는 작업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제가 너무 좋아하는 ‘소설’과 ‘수학’이 만났다는 의미도 있구요.”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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